대법원 전합 '비의료인 개설=사무장병원' 논리 고쳐
"법인 악용해 탈법·일탈로 공공성 저해 증거 있어야"

2023년은 ‘의료’가 사회를 흔들었다. 청년의사는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10대 뉴스’와 그에 미치진 못해도 이슈가 된 사건을 ‘언저리 뉴스’로 선정해 2023년을 정리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면서 관련 재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청년의사).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면서 관련 재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청년의사).

의료법인 명의로 15년 동안 소위 사무장병원을 운영했다며 기소된 A 법인 이사장이 지난 6일 무죄 판결받았다. 검찰은 이사장 선임부터 석연치 않고 그가 업무상 횡령까지 저질렀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사무장병원으로 인정받기에는 '부족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놓은 새로운 판단 기준에 따르면 말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7월 17일 B 의료법인 이사장에게 의료법 위반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단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비의료인이 개설하면 사무장병원'이라는 논리가 잘못됐으니 바로잡겠다는 결정이다.

제도상 의료법인도 엄연히 의료기관 개설 권한을 가진다. 앞으로 이를 사무장병원으로 보고 처벌하려면 의료법인을 악용해 "탈법·일탈"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단기적인 횡령이나 설립·운영의 일부 하자만으로는 안 된다. 자본이 "지속적으로" 유출돼 의료의 "공공성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B의료법인은 "탈법과 일탈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에 처했던 이사장은 대법원까지 온 끝에 무죄 취지 선고를 받을 수 있었다.

B의료법인 사례는 그간 의료법인형 사무장병원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기소·처벌 근거가 사라지자 관련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잇따랐다. A의료법인도 그중 하나다.

바뀐 법리 때문에 사무장병원 규제가 더 어려워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계는 반대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불법 의료기관을 단속하겠다며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최근 '공단 특사경법' 통과 대신 계속심사를 결정했다. 대법원은 "규제는 입법의 영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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