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노바메이트, 현존 뇌전증약 중 최고 찬사 쏟아진 국산신약
뇌전증학회 허경 이사장, 2022년부터 학회서 국내 도입 촉구
학회, SK바이오팜·동아ST 묵묵부답에 "수익 위해 도입 늦춰"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우수한 국산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국내 도입이 늦어지면서 뇌전증 전문 의료진이 모인 대한뇌전증학회가 외국계 제약사만이 아니라 국내 제약사마저 수익 때문에 자국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한다며 성토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현존하는 뇌전증약 중 글로벌에서 최고의 찬사와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국산신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2019년 허가됐고, 유럽의약청(EMA)에서 2021년 3월 판매 승인을 받아 현재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에서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활발히 처방되고 있다.

뇌전증 치료 분야에서 세노바메이트의 쓰임새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견된다. 세노바메이트의 허가 적응증은 현재 부분 발작 뇌전증 성인 환자에 국한돼 있지만, 앞으로 전신 발작 뇌전증 소아·성인 환자, 부분 발작 뇌전증 소아 환자 등으로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와 관련 세노바메이트의 적응증 확대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대한뇌전증학회 허경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은 "현존하는 뇌전증치료제 중 세노바메이트만큼 효과를 내는 약은 없다. 세노바메이트는 뇌전증 치료의 '게임 체인저', '브레이크스루'로 품평되며 글로벌 학회지에서 특집으로 조명할만큼 굉장히 좋은 약"이라며 이같은 좋은 뇌전증 국산신약을 미국 뇌전증 환자들은 2020년부터 쓰고 있는데 국내 뇌전증 환자들은 미국에 4년 전에 출시된 국산신약을 지금까지 쓰지 못하고 있다고 지탄했다.

더 문제는 앞으로도 국내 뇌전증 환자들은 효과 좋은 국산신약 세노바메이트를 3년 여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허 이사장은 "뇌전증학회에서 SK바이오팜에 세노바메이트의 빠른 국내 도입 필요성에 대해 2022년부터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지만 국내 환자들이 병원에서 실제 처방받아 쓸 수 있는 시기는 지금 이대로라면 빨라도 2027년일 것"이라며 미국 환자와 국내 환자의 국산신약 치료 접근 시간 차가 역으로 7~8년 벌어지는 현실을 개탄했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에서 2019년 허가 뒤 2020년 5월부터 실제 뇌전증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으며, 이후 유럽, 캐나다 등에서도 꾸준히 뇌전증 환자에게 처방되며 SK바이오팜의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국산신약이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허가 신청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22년부터 세노바메이트의 국내 임상연구를 진행 중인 허경 이사장은 그간 SK바이오팜과 더불어 올해 1월부터 세노바메이트의 국내 판권을 이전받은 동아ST와 임상연구 관련 정기적 미팅을 해오며 뇌전증학회 차원이나 뇌전증 환자를 진료하는 대학병원 교수로 세노바메이트의 빠른 국내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왔지만, 국내 도입 관련 제대로 된 답변을 SK바이오팜·동아ST로부터 한 번도 듣지 못했다고 말한다.

허 이사장 "美FDA·EMA 통과한 약, 국내 못 들어올 이유 없어"

허 이사장은 "미국 FDA와 유럽 EMA를 통과한 신약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못 받을 이유가 없다"며 국산신약인 세노바메이트의 국내 도입이 늦춰지는 이유가 우리나라 정부의 저가 약가정책으로 신약에 대한 약가를 낮게 쳐줘 외국계 제약사가 코리아패싱을 하듯 국내 제약사도 약가 때문에 코리아패싱을 하는 것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코리아패싱은 한국 약가가 여러 국가의 약가 설정에 참조되면서 더 나은 약가를 받기 위해 한국에 신약 도입을 안 하거나 최대한 미루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이같은 이유로 외국계 제약사에서 개발한 뇌전증 신약의 국내 도입이 안 되는 일도 다반사로 지켜본 허 이사장은 국내 자본과 기술로 만든 국산 뇌전증 신약마저 국내 도입이 늦춰지는 것에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대한뇌전증학회가 보건복지부에 보낸 '세노바메이트의 신속한 도입을 위한 민원 신청서'. 자료 제공=대한뇌전증학회
대한뇌전증학회가 보건복지부에 보낸 '세노바메이트의 신속한 도입을 위한 민원 신청서'. 자료 제공=대한뇌전증학회

이 말이 되지 않는 현실을 바꿔보기 위해 뇌전증학회는 메이저 언론의 문을 두드리고 정부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백방으로 나서왔다. 사기업의 이익 추구 활동을 정부가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알지만 국내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치료에 세노바메이트가 절실하기에 지난해 7월 5일 보건복지부에 '세노바메이트의 신속한 도입을 위한 민원 신청서'를 뇌전증학회 이름으로 보낸 것이 그 하나다.

자료 출처=한국뇌전증협회
자료 출처=한국뇌전증협회

뇌전증학회만이 아니라 뇌전증 전문 의료진과 뇌전증 환우·가족 등이 모인 한국뇌전증협회에서도 세노바메이트의 빠른 국내 도입을 촉구하며 그간 정부와 국회의 문을 꾸준히 두드려왔다.

뇌전증협회는 SK바이오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국내 승인 촉구의 건이라고 명명된 공문을 지난해 4월 28일 복지부와 식약처에 각각 보낸데 이어 지난해 7월 5일에도 뇌전증학회와 함께 같은 안건의 공문을 복지부에 전달했다. 또 국회의원들에게 세노바메이트의 빠른 국내 도입을 도와달라는 요청도 뇌전증협회 차원에서 수시로 해왔다.

뇌전증협회 김덕수 사무처장은 "뇌전증 환우 입장에서는 외국에서 세노바메이트의 치료 효과가 좋다는 임상연구 결과가 나와 있고 외국에서 이미 시판돼 몇 년째 쓰고 있는데, 국내 환자들은 아예 못 쓰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SK바이오팜에서 국내 약가 제도 때문에 시간 끌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뇌전증학회와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SK바이오팜 "국내 약가 관련 고려 없어…동아ST에 판권 이전"

하지만 SK바이오팜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당사는 인허가나 마케팅 등 국내 출시를 위한 인력이나 조직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국내의 약가 체계나 수가 등에 대한 고려는 없었으며, 한국을 포함하는 아시아 시장에 세노바메이트의 빠른 출시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항변했다.

국내를 비롯한 해외 뇌전증 환자를 위해 세노바메이트의 빠른 출시를 노력해온 점을 SK바이오팜은 무엇보다 강조했다. 올해 1월 동아ST에 한국을 포함해 동·서남아시아,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튀르키예 등 30개국에서의 라이선스 인 계약을 체결하며 세노바메이트 판권을 '로열티 없이 이전'한 것을 SK바이오팜은 그 예로 들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이는 회사의 매출 보다 국내, 호주 등 세노바메이트를 기다리는 많은 글로벌 환자들을 위한 사회적 가치 관점의 고려가 있었던 것"이라며 SK바이오팜 내에 인허가나 마케팅 등에 대한 조직이 없었기에 국내 허가를 진행하지 못했던 것이지 국내 약가를 고려한 행동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동아ST "품목허가 신청 위한 준비 중…2026년 급여 등재 목표"

올해 1월 SK바이오팜과 라이선스 인 계약을 체결한 동아ST도 세노바메이트의 빠른 국내 도입을 위해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동아ST 관계자는 "현재 뇌전증 환자들에게 세노바메이트를 조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국내 품목허가를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현재 세노바메이트의 품목 허가를 위해 절차를 밝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동아ST 관계자는 "허가 신청서 제출 시 의약품에 대한 자료 등 필요한 것이 많아 준비 중"이라며 "올해 초 SK바이오팜과 계약을 했고 해외에서 판매되는 것을 수입하는 것도 아니도 동아ST에서 생산해오던 제품이 아니기에 국내 허가를 위한 준비를 하는데 그 부분이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 국내 도입을 미루는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의약품 품목 허가 신청서를 낼 때 약의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자료(안전성 시험자료, 비임상 시험자료, 임상 시함자료), 기준 및 시험 방법에 관한 자료, 원료 의약품 등록에 관한 자료, 제조·판매 증명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실시상황 평가 자료 등을 같이 제출해야 하는데, 현재 이를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친 동아ST의 세노바메이트 국내 도입 목표 타임라인은 2026년 '급여 등재 신청'이다. 급여 등재 신청 후 약가 협상을 거치고, 급여 등재 뒤에도 병원에 공급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결국 허 이사장의 말대로 빨라야 국내 뇌전증 환자들은 2027년에야 국산신약 '세노바메이트'를 쓸 수 있는 것이다.

허 이사장 "오너십 있는 SK바이오팜이 국내 환자 위해 나서야"

허 이사장은 SK바이오팜이 진정 세노바메이트의 사회적 가치 관점을 고려한다면 "오너십을 가진 SK바이오팜이 적극 세노바메이트의 국내 출시에 간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SK바이오팜이 동아ST에 세노바메이트의 판권을 넘긴 것이지, 약을 판 것이 아니기에 결국 모든 결정권은 SK바이오팜에 있고, SK바이오팜의 요구에 따라 동아ST의 국내 출시 타임라인도 달라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허경 이사장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만든 국산신약을 국내 뇌전증 환자들은 미국 뇌전증 환자들보다 7년이나 늦게 쓰는 것이 도리에 맞냐"라며 국내 고통받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을 위해 SK바이오팜이 세노바메이트의 출시를 빠르게 할 뜻이 있다면 오너십을 발휘해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의사 자매지 코리아헬스로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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