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메디데이터 루시 데이비 통계 및 규제과학혁신 수석부사장
“대조군부터 환자 프로필 생성까지 AI 활용 범위 넓어져”

신약 개발에서 AI(인공지능)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에서 AI의 활용이 시간과 비용 단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AI 활용 신약 개발 시장은 2021년 4억1,320만 달러를 형성했으며, 2027년까지 46%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AI는 어떻게 임상시험에서 활용되고, 또 그 가치를 입증하고 있을까. 그 궁금증을 풀고자 임상시험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IT 기업 메디데이터 루시 데이비(Ruthie Davi) 통계 및 규제과학혁신 수석부사장을 만났다.

메디데이터는 이달 4일 '성공적인 신약개발을 위한 도약: 환자 경험을 넘어 데이터 기반 AI까지'를 주제로 ‘넥스트 서울(NEXT SEOUL) 2024’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루시 데이비수석부사장은 컨퍼런스 참석차 내한했다.

메디데이터 루시 데이비 통계 및 규제과학혁신 수석부사장 (사진제공: 메디데이터)
메디데이터 루시 데이비 통계 및 규제과학혁신 수석부사장 (사진제공: 메디데이터)

한편, 루시 데이비 수석부사장은 의약품 개발 및 규제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아왔으며, 임상시험 기술 혁신 분야에서 8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데이터과학 전문가다. 현재 메디데이터에서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임상 빅데이터를 분석 및 활용하는 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메디데이터 합류 이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에서 20년간 통계 심사관 등을 역임했다.

- AI 신약 개발이 지속적인 화두다. 오늘날 신약 개발 임상시험에서 AI의 활용이 필요한 이유와 그 이점은 무엇인가. 현재 세계적으로 신약 개발 임상시험 단계에서 AI가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가용 데이터의 양이 상당히 방대해졌고 다양한 영역과 단계에서 인공지능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AI가 여러 산업에서 큰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상시험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신약 개발 임상시험에서 AI 적용과 도입은 아직 초기 단계다. FDA를 비롯한 규제 기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에 AI가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현재는 전임상시험, 후보물질 발굴,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 등 연구 초기 단계에서 AI 기술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메디데이터는 임상시험 수행과 실행에 AI를 활용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AI를 통해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연구 데이터 점검(Data Cleaning), 연구 데이터 해석 시 필요한 지식 제공, 또 시험 설계 단계에서 단일군 임상(Single-arm study) 수행을 위한 외부 대조군 활용 등 인공지능을 접목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 메디데이터는 20년 넘게 쌓아온 임상 데이터세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 빅데이터는 실제로 임상시험에 어떻게 쓰이고 있나.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신약 개발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지원한 사례도 궁금하다.

메디데이터의 고객은 ‘합성대조군(Synthetic Control Arm, 이하 SCA)’ 솔루션과 ‘스터디 피저빌리티(Study Feasibility)’ 솔루션 등 메디데이터 AI 솔루션을 통해 실제 임상시험 기반 데이터세트를 바탕으로 도출된 정보를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타 임상시험 의뢰자가 수행했던 연구 데이터에 직접 접근하는 것은 불가하지만, 합성대조군(SCA)이나 특정 적응증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환자 모집에 성공한 기관의 정보 등 연구 설계 과정을 효율화하기 위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단일군 임상으로 진행된 췌장암 신약 연구 사례가 있다. 단일군 연구 특성상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투여하지 않은 환자(대조군)의 결과를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인공지능을 이용해 합성대조군의 투여 효과에 대한 정보를 얻어 연구 전반에 참고할 수 있었다. 해당 연구 결과는 미국임상종양학회 주관 위장관종양학회(ASCO GI 2024)에서 발표됐다. 이는 3억2,000만 달러에 달하는 규모의 임상 연구에 메디데이터의 합성대조군(SCA) 솔루션을 활용한 사례다.

- 최근 출시되거나 업데이트된 AI 솔루션 제품이 있는지, 또 최근 대두되고 있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제품도 있는지 궁금하다.

메디데이터는 가상의 외부 대조군을 형성하는 ‘합성대조군(SCA)’, 기관 선정에 효율성을 더해주는 ‘스터디 피저빌리티(Study Feasibility)’, 임상시험 설계 시 빅테이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근거 자료를 마련하고 시험 설계를 최적화하는 ‘트라이얼 디자인(Trial Design)’ 등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다양한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출시된 AI 솔루션으로는 ‘메디데이터 CDS(Clinical Data Studio)'가 있다. 메디데이터의 통합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존의 과거 임상시험 데이터를 비롯해 전자 의료 기록(EMR) 등 다양한 소스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단일 저장소에 통합하고, 통합된 데이터를 고객의 '니즈'(needs)에 맞춘 데이터세트로 가공해 이를 통해 데이터 유효성 검사와 모니터링 등을 지원하는 솔루션이다. 예를 들어 머신러닝 기술로 연구 중 수집된 데이터의 패턴을 분석하고 해당 패턴에 부합하지 않는 사례를 강조할 수 있다. 패턴에 부합하지 않은 환자 사례들은 일종의 에러로 간주되기 때문에 데이터 점검 작업의 효율성을 훨씬 높일 수 있다. ‘메디데이터 CDS’는 여러 질환, 적응증을 대상으로 활용 가능하며, 굉장히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최신의 AI 기반 솔루션인 ‘메디데이터 시뮬런트(Simulants)’도 있다. ‘메디데이터 시뮬런트’는 메디데이터가 보유한 3만3,000여건 이상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동시에 원본 데이터 소스의 속성과 패턴을 모방하는 합성 데이터를 생성한다. 이를 통해 질병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가능하고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환자군을 식별해 환자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임상시험 시나리오 모델링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임상시험 설계를 할 수 있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 앞서 언급한 합성대조군 역시 가상의 대조군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합성대조군과 시뮬런트의 차이가 무엇인가.

‘합성대조군’은 과거 진행된 임상시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매칭해 가상의 외부 대조군을 형성하는 솔루션이다. 메디데이터가 자체적으로 구현한 보안 환경 내에서만 실 환자 데이터를 유지하고, 타 임상시험 연구자에게는 해당 대조군을 기반으로 진행된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요약 분석 및 식견만 공유한다.

그러나 연구자에 따라 그들이 자체 보유한 시스템 상의 환자 데이터를 함께 취합해 분석하고자 하는 요구도 종종 존재한다. 이때 ‘메디데이터 시뮬런트’가 활용될 수 있다. 유사한 프로필을 가진 여러 환자의 데이터를 조합해 가상의 환자 프로필 데이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슷한 프로필을 가진 환자 한 명에게서는 심박수를, 다른 환자에서는 연령 데이터를 가져와 조합한다. 가상의 프로필이기 때문에 가상 환자의 상세 데이터까지 공유가 가능하다. 시뮬런트로 형성된 가상의 프로필은 실제 환자의 식별 가능한 개인 정보나 임상시험 의뢰사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지 않아 한 단계 더 높은 보안 조건을 충족한다.

임상 개발자의 데이터 접근성을 높여 연구 정확성을 개선하고 이해에 기반한 근거를 제공해 임상시험 설계를 최적화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도 탈락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환자군을 식별해 환자 모집 전략을 개발할 수 있고, 심각한 이상반응(SAE)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환자군을 식별해 환자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 모집단 간의 치료 결과 비교하고 실제 임상 치료 패턴을 평가해 치료 유효성 및 생체표지자 간 연관성 파악을 위한 식견을 얻을 수 있다.

- 미국 FDA에서는 임상시험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합성대조군이나 시뮬런트 같은 AI 기술을 활용해 인공적으로 생성된 데이터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이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마련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미국 FDA는 인공지능 기술을 임상시험에 활용하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초기 단계에 있다. 현재 FDA는 인공지능 기반의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표명했지만, 그 이전에는 AI처럼 규제하고 관리할 수 없던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점에 대해 약간의 우려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반의 AI 의료기기가 출시됐다고 가정해 보자. 규제 당국에서 허가를 받고 시판됐더라도, 기기라는 것은 계속해서 기술을 업데이트하고 이 과정에서 모인 피드백이 다시 작동 알고리즘에 반영돼 기능이 향상되거나 확장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미 규제 당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제품이기 때문에 (업데이트되고 확장된 기능에 대해) 재심사나 관리 감독을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2023년 들어 신약개발에 인공지능이 활용될 수 있는 잠재적인 영역들에 대해 논의 문서(Discussion Document)가 발간된 점은 긍정적이다. 해당 문서에는 앞서 소개한 ‘메디데이터 CDS(Clinical Data Studio)’의 기능 등이 향후 임상시험에 AI 활용이 가능한 사례로 언급됐다. 기존에는 현재 진행 중인 유관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입장을 밝혀왔다면 현재는 전향적인 관점에서 앞으로의 전망이나, 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 가까운 미래 AI 활용으로 달라진 임상시험 양상과 변화를 전망한다면.

인공지능은 이미 임상시험 환경을 많이 변화시켰다. 임상시험의 시행과 운영부터, 데이터 점검(cleaning), 기관 선정에 이르기까지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AI가 기능하고 있다. 나아가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연구의 지속 여부 결정, 특정 시험 의약품의 기대 효과를 이해하는 데에도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영역에 대해 인공지능이 이미 크게 영향을 미치고,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한다.

규제 당국은 당연히 AI 활용이 가져올 영향을 다소 보수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하면 AI 기술이 마지막으로 영향을 미칠 분야는 3상 임상시험 연구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평가가 되리라 예상한다. 물론 여기에서도 이미 인공지능이 활용되고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오늘 여러 번 말한 합성대조군은 재발성 교모세포종처럼 표준치료법이 제한적인 일부 적응증에 한해 임상시험에 활용 가능하도록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일부 암이나 희귀질환은 대조군을 구성하기 어려워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으나, 이제는 인공지능을 통해 예상되는 기대효과를 추론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규제 당국 역시 이와 같은 접근 방식에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임상시험에서 AI를 활용하는 데 가장 보수적일 것으로 평가한 3상 등에서 AI가 활용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앞서 말한 재발성 교모세포종의 사례처럼 일부 예외가 존재하긴 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그 특성상 연구의 마지막 단계인) 3상 연구 단계에서는 규제 당국이 안전성, 유효성과 관련한 실제 데이터를 요구할 것이라 생각한다.

재발성 교모세포종의 사례에서 임상시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합성대조군과 무작위 시험대상자를 결합한 혼합 외부 대조군의 사용을 규제 당국이 허락한 이유는 환자 희소성의 문제로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중대한 질환이었기에 가능한 모든 대안을 활용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3상 임상 연구에서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판단하는데 인공지능을 활용한 경험과 사례가 축적된다면 규제 당국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데 있어 더 긍정적인 문을 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지난 2019년에도 한국에 방문한 경험이 있다. 당시와 비교했을 때 메디데이터 내부에서 한국 시장의 입지나 중요성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으로, 한국에 다시 오게 돼 기쁘다. 한국은 AI를 임상시험에 활용하고, 임상시험에서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있어 유리한 고지를 이미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임상시험 관련 기술의 수준이 높고, 이미 관련 인프라가 탄탄하게 마련돼 있기 때문에 향후 인공지능을 접목한 임상 연구에서도 강점을 보일 것이라 본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메디데이터에게 과거에도, 현재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세계적으로도 임상시험을 많이 수행하는 나라 중 하나인 만큼 경험도 많고, 기술적 인프라나 인재 구성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문을 열 새로운 기회들은 한국을 더욱 매력적인 시장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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