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USA 2023]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 간담회
韓 제약바이오 향한 관심 재확인…'니치버스터' 가능성 엿봐
“각 바이오 클러스터 자성과 고민 존재…특성 살려 발전해야”

[보스턴=김찬혁 기자]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전시회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USA 2023)'이 지난 8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에는 500여 곳에 달하는 국내 기업이 참석하며 그 어느 때보다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각 기업이 이번 행사에서 얻은 네트워크를 향후 성과로 이어가기 위해 고민 중인 가운데 ‘K-제약바이오’가 글로벌 무대에서 받은 주목과 관심을 국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해 미국에 더 남아 동분서주하는 곳도 있다. 국내 기업 참가의 한 축을 맡기도 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다.

특히, 취임 네 달째를 맞은 노연홍 회장은 올해 바이오USA이 열린 보스턴 컨벤션 센터 행사장에 모습을 비춘 것과 더불어, 행사 기간 동안 보스턴에서 개최된 ‘한국 바이오 혁신의 밤’, ‘한국의 밤 리셉션’ 등에 참석하며 한인 기업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행사 마지막 날(8일) 오전 현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진 노 회장은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에서 이렇게 많은 취재진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높아진 대중적 관심과 중요성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에 본지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이번 바이오USA 행사에서 얻은 성과와 최근 정부가 밝힌 ‘한국형 보스턴 클러스터’의 기대효과, 그리고 앞으로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역할 등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바이오USA 2023 취재진을 상대로 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노연홍 회장 발언 모습.   
지난 8일(현지시간) 바이오USA 2023 취재진을 상대로 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노연홍 회장 발언 모습.

- 이번 바이오USA에 참석한 소감이 궁금하다.

기업, 국가관 등 부스를 둘러봤는데 현장 열기가 뜨겁고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해외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글로벌 빅파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K-제약바이오의 위상에 자부심이 들었고, 지난 밤(7일) 열린 ‘한국의 밤 리셉션’에서 많은 참가자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다만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로 꼽히는 보스턴에서 수많은 빅파마, 바이오텍들을 마주한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혁신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절감했다. 바이오USA뿐만 아니라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 등 보스턴 바이오 생태계의 면모를 보니 글로벌 시장 진출에 더욱 많은 산업계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바이오USA가 끝난 뒤에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 본부가 현지에 남아 여러 미팅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을 논의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번 미국 방문 기간 동안 협회는 CIC, MIT ILP(Industrial Liaison Program) 등 여러 기관, 벤처, 연구소, 기업 등을 방문하며 네트워크를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다시 알리겠지만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보스턴 혁신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미국 현지 진출 기업과 기관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네트워킹을 추진하는 한편, 협회의 대미국 사업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구체적으로는 샌디에이고에서 미국 바이오컴과 업무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고, 콜로라도에서 미국 헬스케어유통연합(HDA) 주최 유통사 파트너링 및 참가기업 지원을 진행할 계획이다.

- 신약 개발 측면에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해외 기업들 보다 어떤 장점이나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난치성질환, 희귀약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니치버스터(거대 틈새시장) 개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복합개량신약 개발 등을 위한 약물전달기술(DDS),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험 등에 따른, 백신개발 역량,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따른 항체치료제 개발 노하우, 국내 빅데이터 인프라 등을 활용한 AI 신약개발 등 글로벌 기업을 따라잡을 수 있는 역량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최근 해외에서도 빅파마만 신약개발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소기업이 허가 신약의 38%를 보유하고 있다. 희귀질환, 면역항암제, 항체기반 치료제 등을 개발 전략으로 삼은 것이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도 기회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 최근 미국 국빈 방문 등을 다녀온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에도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와 같은 ‘한국형 보스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책의 기대효과는 무엇이고 이미 존재하는 다수 바이오 클러스터에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국내 기관과 보스턴의 장점을 융합해 국내 바이오산업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단일 기업이 독자적인 투자로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산‧학‧연‧정 경계를 허무는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은 혁신 생태계 조성에 필수적인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클러스터는 지역별로 차별화된 양상을 보인다. 판교는 산업계 융합이 강점이고, 대전은 연구단지 중심, 원주는 의료기기라는 특정 산업 중심으로 구성됐다. 각 클러스터의 특징에 맞는 노력을 통해 차별적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클러스터 조성 면에서) 우리나라가 비교적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에서 마중물을 통해 거점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현재 구축된 바이오 클러스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내부적인 반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역량을 모아서 보스턴 클러스터 같은 자생력과 경쟁력 있는 클러스터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국가주의가 아니라 국제주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도 한 가지 예시가 될 수 있다.

긍정적인 사례로, 인천 송도가 CMO(위탁생산), CDMO(위탁개발생산) 역량으로 보면 세계 1위의 도시가 됐다. 지금도 많은 역량이 집결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도 있었지만 시장이 자생적으로 움직인 점이 컸다. 여기에 더해 연세대, 가천대 같은 대학교와 병원이 자리하고 있고 협회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가 함께 바이오 인력 양성 기관 ‘K-NIBRT’도 유치한 상태다.

- 지난 3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세 달이 지났다. 그동안 느낌 점과 앞으로의 주력사업이 궁금하다.

10여 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등 공직에 몸담고 있을 당시보다 협회와 제약바이오산업의 위상이 많이 올라간 것을 느낀다. 그동안 산업계는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윤리경영 확산 등 선진 기업문화를 구축해왔다.

이런 시기에 협회장을 맡게 왜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22대 회장으로서 272개 회원사들과 함께 끊임없이 소통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지속적인 혁신과 협으로 제약주권 확립과 제약강국 실현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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