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김찬혁 기자] 국내 바이오기업 지놈앤컴퍼니가 최근 스위스 제약사 디바이오팜(Debiopharm)에 신약 후보물질 ‘GENA-111’을 기술이전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지놈앤컴퍼니의 신규 타깃 항암제 부문 첫 기술이전임에도 계약 규모가 총 5,86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놈앤컴퍼니가 4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진행 중인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4(이하 바이오USA)’에서 마련한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도 관심이 집중됐다.

청년의사신문 김찬혁 기자.
청년의사신문 김찬혁 기자.

간담회에서 기술이전의 취지와 배경, 기대효과, 그리고 향후 개발 계획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간담회 현장에는 기술이전 당사자인 디바이오팜의 버트랜드 듀크레이(Bertrand Ducrey) 대표와 프레드릭 레비(Frederic Levy) CSO까지 침석해 기대는 한층 더 높아졌다.

실제로 지놈앤컴퍼니는 디바이오팜과 함께 ‘공동 언론 간담회’를 개최하고, 양사 대표 및 연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간담회는 기대와 달리 지놈앤컴퍼니의 불투명한 대응으로 오히려 의문만 남겼다.

문제가 된 내용은 GENA-111의 적응증에 관한 것이었다. 디바이오팜 측은 간담회에서 지놈앤컴퍼니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GENA-111이 목표로 하는 암종의 동물 모델에서 효과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또 일부 목표 적응증은 ADC(항체-약물접합체)와 같은 표적 치료제가 전혀 적용되지 않은 암종이라고도 했다.

GENA-111의 적응증에 대한 질문을 받은 프레드릭 레비 CSO는 “구체적인 (적응증) 암종을 밝힐 수는 없지만, 포괄적으로 말하면 부인과 암 하나, 그리고 호르몬과 관련된 암종이 하나(가 적응증 대상)”이라고 짧게나마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국내에서 지놈앤컴퍼니가 홍유석 총괄대표 참석 하에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선 GENA-111의 1차 적응증이 난소암이라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애브비의 ADC 난소암 치료제 ‘엘라히어(성분명 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 다음에 사용할 수 있는 난소암 3차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기도 했다.

즉, GENA-111의 적응증에 대해 지놈앤컴퍼니의 의중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상황인 셈이다. 당연히 다시 한 번 적응증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놈앤컴퍼니 측은 “디바이오팜이 포괄적으로 밝힌 바 있는 내용"이라면서 통역을 중단하고 더 이상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미 한국에서 GENA-111의 적응증을 공개한 상태임에도 지놈앤컴퍼니의 이러한 태도는 의문을 자아냈다. 더욱이 지놈앤컴퍼니 측은 해당 질문에 대해 한국에서 따로 기자간담회를 열겠다고 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파트너사가 듣지 않는 곳에서는 적응증을 밝히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어 혼란만 부채질했다.

자칫 지놈앤컴퍼니가 공동연구 파트너인 디바이오팜과의 논의 없이 적응증을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디바이오팜 프레데릭 레비 CSO는 지놈앤컴퍼니를 기술이전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지놈앤컴퍼니의 연구 태도에 아주 큰 감명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신약 개발 시 각 단계별 진행 상황과 적응증을 투자자들과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놈앤컴퍼니도 잘 알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간담회의 대응은 아쉽기만 하다.

더구나 GENA-111은 글로벌 신약을 표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엇갈린 정보를 바로잡는 것에 주저해서는 안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