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윤 사회수석 “교육 질 담보 확인했다”
의평원·의학회 “모르면서 의학교육 질 얘기”

의학교육 전문가들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면 교육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지만 정부는 일반 대학과 비교하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6일 개최한 ‘의료계 비상 상황 청문회’에서는 의대 정원 증원 이후 교육 문제가 지적됐다. 서울의대 강희경 비상대책위원장(소아청소년과)과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 원장은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일반 대학과 달리 의대는 더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 위원장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이후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다”며 부족한 교수 인력을 대표적인 문제로 꼽았다. 강 위원장은 “고등교육법상 교수 1명당 학생 수는 8명이다. 의대의 경우 교수 1명당 학생 2~3명이지만 미국 의대에 비해서는 2배 이상 많다”며 “지금도 서울대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처럼 충분한 임상실습을 할 수 있는 교육병원을 갖고 있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 사이 교육 수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규모가 작은 대학의 학생 수가 확 늘었기 때문에 충분히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며 “서울대병원에서 임상실습 교육을 받는 학생이 130명 정도다. 이번에 많이 증원된 의대는 200명까지 증원됐다. 그런 의대에는 서울대병원 규모의 교육병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서울의대 강희경 비상대책위원장,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 원장,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 의평원 양윤배 부원장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의학교육 질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청년의사).
(왼쪽부터)서울의대 강희경 비상대책위원장,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 원장,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 의평원 양윤배 부원장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의학교육 질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청년의사).

정원 200명 된 의대, 서울대병원 같은 교육병원 못 만드냐고?

그러자 박주민 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2,000명 증원 이후 입학한 의대생들이 의예과 2년 수업을 받는 동안 서울대병원 수준의 교육병원을 만들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강 위원장은 “만들 수 있겠는가. 그 병원이 운영되겠는가. 그 병원에 환자가 충분히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교수들이 병원을 떠나고 있다. 젊은 교수는 하루도 못 견디겠다고 말한다. 지금도 교수들이 떠나는 마당에 새로 채용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안덕선 의평원장도 교육 질 저하를 우려했다. 안 원장은 발언 기회를 얻어 일반 대학에 비해 의대는 더 많은 교수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안 원장은 “일반 대학은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8명이라고 돼 있지만 의대는 다르다”며 “8개인 기초의학교과목은 각각 독립된 교과목으로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생각할 때 과목별로 해야 한다. 증원이 안 된 상황에서도 기초의학교과목별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평균 16명이지만 대학마다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안 원장은 “일부 열악한 대학은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34명이나 된다. 교육 여건이 그렇게 좋은 상태는 아니다”라며 “여기서 학생이 더 증원되면 더 많이 열악해 진다. 교수 충원이 반드시 동반돼야 의학교육 질 저하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교육 질을 담보로 추진됐다고 말했다(국회방송 유튜브 채널 생중계 화면 갈무리).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교육 질을 담보로 추진됐다고 말했다(국회방송 유튜브 채널 생중계 화면 갈무리).

대통령실 “3000~5000명 증원해도 교육 질 여유 있다”
의학회·의평원 “의학교육 모르면서 교육 질 얘기”

하지만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은 “교육 질이 담보될 수 있는지 확인해서 (증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 수석이 말한 교육 질은 일반 대학이 기준이었다. 장 수석은 “40개 의대 기초의학 분야 교수는 1,786명이고 전체 교원의 15% 정도”라며 “이 분들이 다 의사면허를 가진 의사는 아니다. 45%는 의사면허 미소지자다. 고등교육법령에 보면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8명인데 (의대는) 1.8명이다. 3,000~5,000명 증원해도 평균 학생 수는 2.5명으로 늘기에 여유 있다”고 했다.

이같은 주장에 의학교육 전문가들은 반발했다.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단국의대)은 “의학교육 특징은 해부학 등 기초의학이 강조되고 도제식 교육"이라며 "환자 진료에 대해 배울 때 교수가 진료하는 진료실에 의대생이 몇 명이나 들어갈 수 있겠는가. 한두 명 들어가서 배운다”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기초의학을 가르치는 교수는 의사가 아니어도 된다고 하는데 균형이 중요하다. 의사가 아닌 분 중에도 잘 가르치는 분이 있지만 의학교육 특성상 의사로서 기초의학을 가르칠 사람도 필요하다"며 "너무 급격한 증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의대 정원을 최대 8.9% 증원했지만 한국은 한번에 67%나 증원했다고도 했다.

박 교수는 “교수는 물건이 아니다. 재정을 투입한다고 어느 날 갑자기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라며 “의학교육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의대 교수다. 현장에서 의학교육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학교육을 담당하지도 않는 분이 의학교육 질이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하고 그런 얘기를 듣는 세상이 됐다”고 했다.

의평원 양윤배 수석부원장(연세의대)은 “의학교육은 강의실에서 이뤄지기보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도제식 성격이 강하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관점에서도 투자가 필요하다”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우려에 박주민 위원장은 “어느 국민도 제대로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은 의사에게 자신의 신체, 건강을 맡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부분도 당연히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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