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식 교수가 병원 혁신 논하는 HiPex서 꺼낸 화두
"감염관리가 병원 혁신이나 경영 성과 좌우할 것"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감염관리가 곧 병원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오는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되는 HiPex 2023에서 확인할 수 있다(ⓒ청년의사).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감염관리가 곧 병원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오는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되는 HiPex 2023에서 확인할 수 있다(ⓒ청년의사).

“감염관리가 병원 혁신이나 경영 성과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가 병원 혁신을 이야기하는 HiPex 2023(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3, 하이펙스 2023)에서 ‘감염관리’를 화두로 꺼낸다.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진행되는 하이펙스 2023에서 엄 교수는 감염관리를 주제로 병원 혁신을 이야기한다. 감염관리 전문가이면서 대학병원 기획조정실장을 두 차례나 지낸 경영자로서 실전에서 쌓은 경험이 그 토대다.

엄 교수는 지난 30일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감염관리와 병원 혁신은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말에 “그렇지 않다”고 했다. 감염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병원은 혁신도, 발전도 없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 감염관리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은 유럽 선진국에서 엄 교수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병원 위에 헬리콥터 두 대가 떠 있는 만화 한 컷이었다. 헬리콥터 한 대에는 환자 안전(patient safety)이, 다른 한 대에는 감염관리(infection control)가 쓰여 있었다.

“병원이 안전하려면 환자 안전과 감염관리를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 그림을 잊지 않았다. 감염관리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공부했다. 그러다 대학병원 두 곳에서 기획조정실장을 맡으면서 병원의 경영 성과가 감염관리에 좌우될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

감염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병원 내에서 의료관련감염이 발생하고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적지 않다. 엄 교수는 “소송 비용과 보상으로 그간 쌓아온 경영 성과가 한순간에 날아가기도 한다”며 “개별 병원만의 문제도 아니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사회비용 증가로도 이어진다”고 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감염관리에 대한 사회경제적 비용 효과를 평가한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엄 교수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감염관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의료관련감염 예방 활동도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점점 짧아지는 신종감염병 발생 주기로 인해 감염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정부 정책도 의료기관이 감염관리를 강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엄 교수는 “신종감염병이나 만성적으로 항상 존재하는 의료관련감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병원은 발전하기 힘들어진다”고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해 감염관리를 강화하는 사례도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한계는 존재한다. 엄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한계로 꼽았다. ‘인력 갈아 넣기’로 유지되는 의료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현장에서 아무리 애를 써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감염병을 주로 다루는 조직이나 임상과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잘 견뎌낸 독일과 같은 나라를 보면 평상시 의료체계가 튼튼하다. 의료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진 상태이기 때문에 견디고 버텨낼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통상적인 진료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든 상황이다.”

중환자나 응급환자를 언제든 여유 있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신종감염병 유행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도 품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엄 교수는 “사람을 갈아 넣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어야 하고 결국 “우리나라 의료체계 전반이 개선되고 선진화돼야만 신종감염병 대응 역량도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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