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창구 닫은 정부…쌓인 현안에 발만 구르는 개원가
"의대 증원 해결이 우선" 강조…일각은 '후폭풍' 우려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부 갈등이 계속되면서 모든 소통 창구가 막혔다. 의대 증원이 우선이라지만 쌓인 현안을 풀 길이 없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안이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블랙홀에 다 빨려 들어갔다"고 했다. 내과의사회가 다뤄 온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물론 수탁고시나 내시경 포셉·스네어 수가 관련 논의도 멈췄다고 했다.

박 회장은 "비단 내과뿐만 아니다. 모든 과의 아젠다가 다 묻혀 있다. 의대 정원 문제가 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 역시 7일 기자간담회에서 "보건복지부가 지난 달 의료분쟁조정 제도 현황을 점검하고 혁신TF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후 특별한 연락도 없고 실제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의료분쟁조정 제도는 물론이고 모든 논의 창구가 닫혔다. 정부에서 (회의 관련) 연락이 아예 없다. 의사회 차원에서 정책이나 현안 의견을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도 구체적으로 내용이 안 나오니 우리 입장을 정리할 수도 없다"고 했다.

다만 현안 진척보다는 의대 증원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고 했다.

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논의 자체가 다 중단된 것은 맞다. 정부가 현안 회의를 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현안을 논의하자고) 요청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당장 해결할) 아젠다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정부도) 논의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누적되는 문제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 A씨는 15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특정 TF나 위원회 단위로 중단된 게 아니라 정부 자체가 의료계와 소통 창구를 닫았다. 그런다고 문제가 되는 조사나 정책까지 중단된 것도 아니다. 그대로 간다. 그러니 아래에서 민원은 계속 올라오고 문제는 누적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의료계가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결정 후 정부와 대화하겠다고 일치단결했는데 '우리 사정이 급하다'고 정부에 따로 채널을 열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서 "지금으로서는 의대 증원 문제가 하루빨리 풀리길 바라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개인적으로는 쌓인 현안은 현안대로 풀면서 가야 한다고 본다. 누적된 문제가 의대 증원 (해결 이후)에 한꺼번에 쏟아질 수도 있다. 그러면 돌이키기 더 어렵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