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의료원이 말하는 재택의료 확산 방법
“할수록 손해인데 민간병원들이 나서겠는가”

전남 순천의료원은 보건복지부 주관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청년의사).
전남 순천의료원은 보건복지부 주관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청년의사).

주어진 업무에 불과했지만 어느새 사명감이 생겼다. 병원 밖으로 나와 환자의 생활권으로 들어가니 더 많은 게 보였다. 그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의료뿐만 아니라 돌봄 서비스도 연계했다. 이런 병원 밖 의료를 접한 환자나 보호자는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전남 순천의료원 장미라 총무과장이 ‘경험’한 재택의료다. 장 과장은 사회복지사로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순천의료원은 보건복지부 주관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참여기관이다. 이 시범사업은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한 팀을 이뤄 의료기관 내원이 어려운 장기요양수급자(1~4등급)의 가정을 찾아 방문진료와 방문간호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도 연계한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다는 이유로 재택의료팀이 된 장 과장은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현재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경험이 쌓이면서 필요한 물품을 담는 가방도 한 개에서 네 개로 늘었다. 병원 근무 경력 34년차 베테랑이다 보니 병원 밖에서 의료진과 손발을 맞추는 것도 금방이었다. “오지랖이 넓은” 성격도 도움이 됐다. 의료뿐만 아니라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들도 많았다. 그런 환자들은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를 연결해줬다.

사회복지사인 순천의료원 장미라 총무과장은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재택의료의 장점과 제도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청년의사).
사회복지사인 순천의료원 장미라 총무과장은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재택의료의 장점과 제도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청년의사).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힘이 되는 사업이라고 했다. 장 과장은 “최근 재택의료 대상자였던 환자 한 분이 돌아가셨다. 그 보호자가 막막할 때 전화할 곳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며 “대상자 중에는 와상 환자들이 많은데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일이다. 우리가 직접 집으로 가서 진료하니 보호자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힘들지 않다고 했다. 반면 “제도나 재정적인 부분에 막혀 도움을 줄 수 없는 일이 생기면 너무 힘들다”고 한다.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니어서 사명감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게 한계라고 했다.

장 과장은 “전담팀을 만들기에는 인건비조차 안 나온다. 다른 일을 하면서 재택의료 업무를 병행하기에는 일이 너무 많다”며 “사회복지사 인건비는 책정돼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수가 개선 필요성은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공통으로 낸 의견이기도 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재택의료센터 수가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모두에서 나왔다. 시간과 자원이 많이 소모되는 초기 포괄평가에 대한 가산 수가 신설, 중증환자 관리 인센티브 신설 필요성이 제기됐다. 장 과장의 의견처럼 “사회복지사 활동에 대한 수가 책정 요구”도 많았다. 정부는 재택의료기본료에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활동에 대한 보상이 포함됐다는 입장이다.

장 과장은 “1년 넘게 시범사업에 참여해보니 정말 필요한 제도라는 생각이 더 뚜렷해진다”며 “초고령사회에서는 환자들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병원이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좋은 사업이 제도로 현장에 정착하려면 “열심히 해 봤자 손해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할수록 손해인데 공공병원이 아닌 민간병원들은 굳이 할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며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했다. 장 과장은 “현장을 경험하고 그 사정을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해줬으면 좋겠다. 아무리 의견을 내도 반영되지 않더라”며 “책상에 앉아서 생각하는 것과 현장은 다르다. 제발 현장 이야기를 듣고 정책을 수립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 과장은 순천의료원의 재택의료 경험을 오는 19일 HiPex 2024(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4, 하이펙스 2024)에서 공유한다. 하이펙스 2024는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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