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ex 2024] 김현철 교수 ‘병원에서 경제학이 쓸모 있는 순간’ 강연
美 연구 인용 "사망률 등 지표에 영향 없어도 의료비 증가할 것"
의대 증원이 한국 의료에 미칠 영향, 경제적줄 영향 ‘효율성↓’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김현철 교수가 21일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열린 HiPex 2024(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4, 하이펙스 2024)에서 ‘병원에서 경제학이 쓸모 있는 순간’을 주제로 강연했다(©청년의사).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김현철 교수가 21일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열린 HiPex 2024(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4, 하이펙스 2024)에서 ‘병원에서 경제학이 쓸모 있는 순간’을 주제로 강연했다(©청년의사).

의대 정원이 대폭 증가해 질 낮은 의사가 많이 배출되면 사망률, 재입원율 등 의학적 지표에는 큰 영향이 없어도 의료비 증가 등 의료 효율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의사 출신 경제학자로 유명한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김현철 교수는 21일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청년의사 주최로 열린 HiPex 2024(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4, 하이펙스 2024)에서 ‘병원에서 경제학이 쓸모 있는 순간’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강연에서 ‘좋은 의대 나온 의사에게 치료받으면 더 좋을까?’라는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했다.

우선 김 교수는 좋은 의대 나온 의사에게 치료받으면 더 좋을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2010년 보건경제학지(health economics)에 발표된 ‘Returns to physician human capital : Evidence from patients randomized to physician teams’ 논문을 소개했다.

해당 연구는 미국 재양군인병원에서 참전용사 환자 3만명의 7만건 입원을 서로 다른 두개 의료팀에 무작위로 배정해 치료결과를 살펴봤다. A팀은 미국 최고 의대에 연계된 정상급 의사들로, B팀은 중위권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로 구성했고 두팀은 똑같은 간호사, 병원시설, 컨설트를 받아줄 의사를 공유했다.

연구 결과 환자의 사망 및 재입원 등 주요 의료적 성과에는 차이가 없었다. 다만 A팀의 의료비 지출이 10% 낮았고 중증질환은 의료비가 25% 정도까지 차이가 났다. 재원기간도 더 짧았다.

결과적으로 똑똑한 의사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같은 의료적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차이는 주로 진단과 검사에서 비롯됐는데, B팀 의사들은 훨씬 더 많은 불필요한 검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해당 연구를 통해 의대 증원 논의가 주는 함의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의대 정원을 한번에 대폭 늘리면 질 낮은 의사들이 많이 배출되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이런 의견이 현실화 되고) 연구결과를 그대로 대입한다면 사망률 등 주요 지표에는 영향이 없어도 의료비 등 의료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 같은 정책은 의료계만 보고 추진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그림과 의료계 그림을 같이 보면서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김 교수는 경제적 관점에서 본인부담금과 실손보험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본인부담금과 관련해 일본에서는 70세 이상 국민의 본인부담금을 낮춘 결과 입원과 외래진료가 증가해 목표했던 ‘본인부담 의료비 감소’를 달성하지 못했으며, 입원과 외래진료가 증가했음에도 노인 건강 개선 효과도 없었다는 사례를 들었다.

반면 미국에서는 약값 본인부담을 100달러 올린 결과 고지혈증 및 고혈압 치료제 사용이 줄고 노인 사망률이 13.9% 증가하는, 약값이 비싸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는 정반대 사례도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7년 7월 의료급여 수급권자 일부의 본인부담금을 500원에서 2,000원 인상한 결과 의료이용이 10% 정도 감소하고 약국방문도 8% 감소하는 결과를 냈다는 것도 언급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 교수는 “본인부담금은 양날의 검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적정한 본인부담금이 어디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에 가면 ‘실손보험 여부를 묻는다’ 의학적 필요가 아니라 실손보험 여부에 따라 다르게 치료하겠다는 뜻인데, 경제학자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국민이 실손보험 타먹기 경쟁을 하고 있는데, 대대적인 개편을 해야 한다. 실손보험이 없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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