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황성욱 교수
“IBD 치료 전략, 조기 치료와 수치 도달로 변화 중”
“젊은 환자 많은 IBD에 투약편의성은 중요한 기준”

염증성 장질환(IBD)은 소장과 대장을 포함한 소화기관 전반에 만성적 염증을 유발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복통, 설사, 혈변 등의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며, 심각한 경우 입원과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

그동안 염증성 장질환 치료는 항염증제와 면역조절제, 스테로이드 등의 단계별 약물 치료로 진행됐으며, 최근에는 생물학제제와 소분자제제 같은 고도화된 치료법이 도입됐다. 이러한 치료법들은 질병 조절과 증상 완화에 기여해왔지만, 일부 환자들에게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JAK 억제제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는 기존 생물학제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게도 높은 치료 효과를 보여주며, 경구제로서 환자의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에 본지는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황성욱 교수를 만나 염증성 장질환의 임상적 이해, 최신 치료 동향, 린버크의 임상적 의의와 역할에 대해 들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황성욱 교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황성욱 교수.

- 먼저 염증성 장질환은 어떤 질환이고, 발병 원인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염증성 장질환은 원인 불명의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다. 소장과 대장을 포함해 항문까지 전 소화기관에 걸쳐 만성적이고 치료가 어려운 염증이 장기간 지속되는 질환이다. 유전적인 소인으로는 대략 300개 이상의 유전자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환자 개개인의 발병 원인을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 환자들이 염증성 장질환을 진단 받게 되는 과정이 어떻게 되나.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복통, 설사, 혈변 등이다. 이런 증상이 2주를 넘어 대략 한 달 가까이 지속된다면 만성적인 증상으로 의심해봐야 한다. 가장 진단을 쉽게 할 수 있는 검사는 대장 내시경이다. 1차적으로 대장 내시경을 통해 대장 전체와 소장 끝부분을 검사한다. 염증이 발견되면 조직 검사를 통해 염증성 장질환으로 진단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크게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나뉘는데, 국내 환자들의 20~30%는 소장에만 크론병이 숨어 있는 경우가 있고, 그런 경우는 대장 내시경을 통해서 잘 발견되지 않는다. 대장 내시경은 아무리 자세히 봐도 소장 끝부분만 살짝 볼 수 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소장 깊숙한 부분에 염증이 숨어 있는 경우에는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그래서 환자의 병력을 통해 염증성 장질환이 강력하게 의심된다면 소장 CT나 소장 MRI와 같은 검사도 진행한다.

– 염증성 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주된 전략은 무엇인가.

염증성 장질환은 외과적 수술을 하기도 하지만 1차적으로는 내과적 치료를 하는 질환이다. 염증성 장질환 치료를 위해 쓸 수 있는 약제는 단계별로 크게 항염증제인 5-ASA 아미노살리실산, 스테로이드나 면역조절제, 그리고 생물학적제제와 소분자제제로 나눌 수 있다. 특히 20년 전부터 생물학적제제와 소분자제제가 도입되면서 치료 성과가 크게 개선됐다.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의사들의 이해도가 깊어지면서 치료 전략도 변하고 있다. 첫 번째 전략은 조기 치료다. 예후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는 조기에 강력한 치료를 해 합병증과 입원을 예방한다. 우리나라는 급여 기준에 따라 저렴하고 오랫동안 써왔던 항염증제나 면역조절제를 먼저 쓰게끔 돼 있기 때문에 이에 따라 약을 쓰고는 있지만 예후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는 이 단계를 빨리 넘긴다.

두 번째는 목표 지향적 치료(T2T, Treat to Target)다. 목표 지향적 치료는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하나의 목표를 설정해놓고 그 목표 도달을 위해 단계를 올리면서 치료 방법을 엄격하게 조절하는 걸 말한다. 과거에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초점을 맞춰서 증상이 괜찮아지면 치료가 잘 됐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질병 상태를 좀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아졌다.

아울러, 각종 생물학적제제와 소분자제제들의 개수가 많아지면서 치료 패러다임 또한 많이 바뀌고 있다. 크론병에서 총 5가지 약제가 쓰이고 있고 궤양성 대장염 같은 경우는 벌써 우리나라에 9가지 약제가 들어와 있다. 이제는 무슨 약을 하나 쓰고 안 들으면 다음 약을 쓰는 이런 방법이 아니라, 무슨 약을 먼저 써야 될지 그리고 만약에 첫 번째 약이 잘 듣지 않으면 두 번째 약으로 무슨 약을 써야 될지를 고민하는 시대가 됐다.

- 목표 지향적 치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수치에는 어떤 것이 있나.

내시경이나 소장 MRI, 소장 CT와 같은 검사에서 염증이 완전히 좋아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점막 치유라고 하는데, 요즘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완전한 깊은 관해’에 도달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깊은 관해에 도달하면 악화도 적고, 수술과 입원도 줄어든다.

다만 완전한 깊은 관해를 달성하는 게 쉽지는 않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검사를 자주 해야 하는데 내시경 검사도 그렇고 소장 MRI, 소장 CT도 2년에 한 번씩 받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변을 통해 장의 염증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변 칼프로텍틴(Fetal Calprotectin, FC) 검사가 유용하다. 이 검사를 통해 장의 염증 정도를 파악하고, 그 수치를 기반으로 치료를 조절한다. 목표 수치는 연구 기관마다, 나라마다 조금 다르지만 대략 저희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치를 정해놓고 가능하면 그 목표치에 도달하고자 노력한다.

환자들한테도 설명하기가 더 좋다. ‘(대변 칼프로텍틴을 보니) 수치가 얼마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 정도 수치에 아직 도달을 못했으니까 저희가 조금 약을 더 써봅시다’ 아니면 ‘수치가 잘 나오네요. 증상이 좋은 것에 더해 지금 장 상태가 굉장히 좋은 것 같습니다’와 같이 설명할 수 있게 된 거다.

- 만성질환인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특정 수치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 방법이 바뀌어 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까.

그렇다. 예전에는 염증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웠지만, 대변 칼프로텍틴 검사가 나오면서 가능해졌다. 물론 이 수치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진료에 도움을 준다.

– 생물학적제제나 소분자제제가 도입되면서 염증성 장질환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언급하셨는데 약제가 다양해지면 환자들이 어떤 혜택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 가지 약이 굉장히 잘 듣고 계속 써도 잘 유지가 되는 환자들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환자들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성이 생겨 약 자체의 효과가 떨어지기도 한다. 여러 이유로 인해 사용 중인 생물학제제나 소분자제제의 반응이 떨어지는 경우가 흔하고, 이러한 경우 다른 약제로 넘어간다. 예전에는 치료 옵션이 적어 한 가지 약제로 버티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옵션이 많아져 환자에게 잘 맞는 약을 찾기 쉬워졌다.

– 그럼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제를 처방하는지 선택 기준이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의사들은 효과를 가장 우선시한다. 그 다음으로 부작용을 고려한다. 약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약들이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기전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들을 감안해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10대 후반부터 시작해서 20대~40대 그 사이에 가장 많이 걸리는 병이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바쁘고 학업, 직장 문제, 취업 그리고 결혼, 임신, 육아 등의 문제가 걸려 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투약 편의성도 굉장히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과거에 정맥주사제밖에 없었던 시절에는 환자들이 무조건 두 달마다 한 번씩 병원에 와야 했다. 직장을 빠지고 1년에 6번 병원 간다는 게 현실적으로 쉬운 얘기는 아니다. 또 대부분 큰 병원에서 진료를 보기 때문에 지방에 계신 분들은 두 달에 한 번씩 연차를 내고 올라와야 했다. 최근에는 다행히 자가 주사가 가능한 피하주사가 나오고 1주, 2주 혹은 한 달 등 투약 주기도 다양해졌다. 또 경구제가 나오면서 의사들이 환자들의 편의성까지 고려할 여유가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염증이 굉장히 심하거나 아니면 예후가 좋지 않아서 이 환자는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될 것 같은 환자에게는 효과가 제일 좋은 약제 중 주사제 한 가지, 경구제 한 가지 이렇게 추천을 한다. 그보다 상태가 조금 나은 환자들은 효과가 조금 떨어져도 안전성이 더 높은 약들로 주사제 하나, 경구제 하나를 추천한다.

- 환자들의 반응은 궁금하다. 주사제 혹은 경구제로 권유를 받았을 때 선택하는 비중이 어떻게 되나.

젊은 환자들은 대부분 경구제와 피하주사를 선택한다. 병원에 와서 진료 보고 기다렸다가 한 두 시간 동안 주사를 맞고 집에 가야 하는 정맥주사제보다는 자기 스스로 맞는 피하주사제 혹은 입으로 먹는 경구약을 훨씬 선호한다. 우리나라는 보험급여 기준상 피하주사제나 경구제의 최대 처방 일수가 3개월이다. 그래도 정맥주사제를 두 달에 한번 맞으면 1년에 6번 와야 하는데 세 달에 한 번 약을 처방받으면 1년에 4번만 오면 된다. 그 두 번의 차이가 젊은 환자들한테는 매우 큰 것 같다.

- 생물학적제제와 소분자제제가 다양해진 만큼 제제별, 성분별 효능이라든지 특징이 다를 것 같다. 이를 비교한 자료가 있나.

생물학적제제는 주사제, 소분자제제는 경구제인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소분자제제는 화학물질이라 내성 문제에서 더 자유롭고, 생물학제제는 단백질 베이스라 내성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약제마다 차이가 있어 단순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나온 약제별 데이터를 가지고 서로 비교 분석한 네트워크 메타분석 연구결과를 보면 ‘린버크’가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모두 효과면에서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의사들이 어떤 약제를 선택할 때는 효과가 좋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린버크가 강력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은 분명히 입증돼 있다. 특히 크론병에서는 지금까지 옵션이 주사제 4가지 밖에 없었는데 린버크가 나오면서 굉장히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경구제로 나왔다는 것은 환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큰 장점이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린버크가 이전에 생물학적제제를 써봤고 그 생물학적제제가 잘 듣지 않았던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좋았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이 많아지고 그에 비례해 중증 환자도 늘어난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생물학적제제를 경험한 환자들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거다. 이런 측면에서 린버크가 의사들한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물론 아직은 린버크에 대한 데이터가 좀 더 쌓여야 된다. 특히 데이터에서 중요한건 안전성인데, 이건 5년, 10년 약을 써 봐야 알 수 있는 문제다.

- 그렇다면 린버크 처방 시 주의해야 할 점도 있을지 궁금하다.

린버크는 임신 시에는 쓸 수 없어서 가임기 여성에게는 사용하기가 조금 부담스럽다. 특히 곧 결혼을 앞둔 20~30대에게는 결혼 및 임신 계획 등을 물어보게 되고, 만약 임신 계획이 있다고 하면 아무래도 쓰기가 어렵다. 그리고 린버크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로 여드름이 있어 여드름이 이미 있는 환자들에게는 여드름이 좀 더 심해질 수 있는데 괜찮겠냐고 미리 물어본다. 대상포진 발병률이 약간 증가하는 것도 있는데, 이는 예방접종이 있기 때문에 조금 자유로워졌다. 안전성은 5년, 10년 장기 데이터를 봐야 한다.

– 최근 염증성 장질환에서 린버크가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되면서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됐다. 현재의 치료 환경과 처방 경험이 궁금하다.

보험기준이 엄격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환자들이 고가의 약을 10분의 1 가격만 내고 편하게 쓸 수 있다는 면에서 만족한다. 보험 급여를 받은 지가 얼마 안 돼서 아주 많은 케이스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결과로 보면 효과는 좋은 것 같다.

린버크를 쓰는 환자 중에 30대 젊은 여성분이 계시는데 아토피 피부염도 함께 앓고 있었다. 과거에는 당시 효과가 가장 강력한 항 TNF제제를 썼는데 초반에는 반응이 있다가 환자 체중이 늘어나면서 효과가 떨어졌고 아토피 피부염도 약화됐다. 이후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린버크를 사용했는데 크론병이 좋아진 것은 물론 아토피 피부염도 함께 좋아졌다. 한 가지 약제로 동반질환을 같이 치료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기뻤다.

– JAK억제제 간 교차 투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궤양성 대장염에서 JAK억제제가 세 가지가 있는데. 현재는 이들을 서로 교차해서 사용하면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궤양성 대장염에 적응증이 있는 약제가 9가지지만 실질적으로는 7가지 약제만 쓸 수 있다. 앞으로 제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생각된다. 빠르게 개선되면 더 좋다.

–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의사들이 어떤 환자에게 최적의 약이 무엇인지 먼저 알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아직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대신 의료진들도 약의 효능과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자마다 약제에 대한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꾸준히 치료를 받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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