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한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응급 환자를 상급병원으로 정상적으로 전원했지만 언론은 ‘응급실 뺑뺑이’라며 온갖 조리돌림을 했다. 그리고 해당 병원에 대한 보건복지부 조사 이후 기관 징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있지도 않는 죄를 뒤집어씌워 수차례 수사하며 온갖 망신과 모욕을 주더니 의료계뿐 아니라 사회 여론이 들끓자 이제는 차일피일 그 수사마저도 시간을 끌대로 끌며 해당 응급의학과 전공의의 피를 말리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전공의뿐 아니라 코 앞으로 다가온 내년도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마저도 아예 씨를 말리려 하고 있다.지난
의대 정원 이슈로 몇 주째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2025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대폭 증원한다는 소식에 서울의 유명 학원가는 벌써부터 입시 설명회로 분주하고 전국 학부모들로 북적인다. 고3 학생들은 벌써부터 재수, 삼수를 각오로 의대에 진학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내놓라하는 명문 대학의 이공계 학생들도 자신들의 전공을 중도 하자하고 의대로 가는 열차로 환승을 준비 하고 있다.웬일인지 하루가 멀다하게 서로 싸우고 반목 하던 여야 정치권은 '의대 정원 확대'라는 대의명분에 의기투합해 오랜만에 아름다운 합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생
한국MSD가 최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13개 적응증에 대한 보험급여 기준 확대를 일괄 신청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예상되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타격도 문제이지만, 이처럼 다양한 적응증에서 동시에 의학적 타당성과 임상적 수요, 비용 효과 및 재정 영향을 평가해야 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심평원은 지난 10월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를 통해 13개 적응증에 대한 동시 검토가 아닌 적응증별로 순차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를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하나의 약제가 다수
정치권에 모처럼 훈김이 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례적으로 정부 정책을 환영하고 나섰다.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던 여야가 정책 성공을 위해 노력하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용단(?)'을 내린 덕분이다.민주당 정책위원회 김성주 수석부의장은 지난 17일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은 "역대 정권이 눈치만 보다 손 못 댄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이다. 성과를 내길 바란다"며 덕담도 건넸다. 정 의원은 친이재명계 인사로 꼽힌다. 이재명 대표도 대선에서 의대 정원 증
어느 분이 칼럼에서 보험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맞는 말이다. 제대로 설계된 보험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장치를 가지고 있다.미국의 의료보험을 한번 보자. 미국에서 의료보험을 가입하려면 제일 먼저 디덕터블(deductible)을 결정해야 한다. 디덕터블은 보험 가입 후 보험금 지급이 시작되기까지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액수다. 3,000달러짜리 디덕터블이면 의료비가 3,000달러에 도달할 때까지는 가입자가 전액 부담하고 그 이후에 보험지급이 시작된다. 디덕터블이 달라지면 보험료도 달라진다. 그
수년 전,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문제로 전공의 파업을 비롯한 의료계의 강력한 저항이 있었고, 결국 정부는 정원 증원 문제를 보류한 적이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의료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 마당에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을 기대했는데, 느닷없이 2025년 신입생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1,000명 증원한다고 하니, 대단하다, 이 정권. 그 어느 정권도 못 한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단박에 그것도 더 크게 화끈하게 처리하겠다고 한다.한번 생각을 해 보자. 우선 2년 후부터라고 한다면 신설 의대 안은 물 건너간다. 왜냐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는 범죄인 강제추행죄는 병원을 비롯한 다양한 장소에서 발생하는 범죄로, 폭행·협박의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과거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해 이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①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경우(기습추행형)에는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하는 한편, ②폭행 또는 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폭행ㆍ협박 선행형)에는 상대방의
10년간 운영하던 요양병원을 의원으로 전환하고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의사가 왕진가방을 들고 환자를 찾아간다. 정부의 고령자 의료-요양-돌봄 정책 중 의료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다. 간호사, 사회복지사와 함께 자동차에 물품을 싣고 다니니 과거보다는 진일보한 형태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고령자 의료-케어가 중요해졌다.왕진 가서 콧줄(비위관, L-tube)을 꽂는 경우가 있다. 코를 통해 식도를 지나 위까지 삽입하는 관이다. 삼킴 장애가 있거나 무의식 환자에게 영양 공급을 위해 시행한다. 흡인성 폐렴 치료를 위해 일시적으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영구적인 실명으로까지 이어지는 희귀질환인 시신경척수염범위질환(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 이하 NMOSD). NMOSD는 중추신경계 자가면역염증질환으로 임상적으로 시신경염, 척수염 및 맨아래구역증후군 등이 '재발' 경과를 보이며 발현한다.특히 NMOSD는 한 번의 재발로도 심한 신경학적 결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 및 적극적인 재발 방지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NMOSD의 치료는 크게 재발 시 신경계기능의 회복을 돕는 급성기 치료와 근본적으로 재발을 막는 장
의과대학 정원 3,058명 중 1,953명을 모집한 2024학년도 수시 모집이 최근 끝났다. 평균 경쟁률은 33.72대 1로 지난해 33.30대 1보다 소폭 상승했다.그중 인하의대의 논술전형 경쟁률은 무려 660.75대 1로 8명을 뽑는 자리에 5,286명이 지원했다. 이는 지난해 역대 최고 경쟁률이었던 648.33대 1을 넘어선 수치다.이처럼 최근 의대 진학에 대한 관심은 ‘의대 쏠림’을 넘어 ‘의대 광풍’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심지어 ‘SKY’ 진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하기도 하고,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는 영재학
거동이 불편해 방문 진료(왕진)를 요청하는 분들이 있다. 방문 진료를 마치면 의사가 찾아와 상담, 진료, 약 처방, 서류까지 발급하니 고맙다고 한다. 보호자들은 뭐라도 하나 주려 한다. 먼 길을 찾아온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다음 진료 장소로 이동하려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폐렴으로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와상 환자인데, 지속적 복부 불편으로 진료 요청이 왔다. 현장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보험 김00 과장을 만났다.장기요양 등급판정에서 봤던 선생님을 현장에서 만난 것이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월 500~800건 이상의 등급판정이 진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일으킨 변화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의료서비스 분야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가속화가 있다. 환자와 의료진이 직접 만나서 의료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개념은 이제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여러 가지 ICT 기술의 발달로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하여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하는 의료서비스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또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새로운 의료 기술들이 현장에 적용될 것이다.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조직 검사를 통해 얻은 검체를 데이터화하는 것이다. 이를 의료계에서는
해외에서 보는 한국 의료는 ‘우수’하다.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타티스타(Statista)와 함께 선정해 발표하는 ‘세계 최고 병원’ 순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은 세계 최고 병원에 많은 병원이 이름을 올린 나라 중 하나다. 내분비내과, 종양학, 비뇨의학, 소화기내과 등 임상 분야별로 세분화하면 세계 TOP10 안에 드는 한국 병원들도 있다. 뉴스위크는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병원(World’s Best Smart Hospitals 2024)’을 발표하면서 미국 메이오 클리닉, 클리블랜드 클
초고속 고령화로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5년이면 골다공증으로 고관절 및 척추 골절을 겪는 환자수가 140% 늘어날 전망이다. 골다공증 골절의 원인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골다공증’이다.골다공증은 골강도가 감소해 뼈가 부러질 위험이 높아지는 질환으로, 노인에서 골절이 발생하면 서고 걷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활동이 어려워지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사망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고관절 골절 환자의 수술 후 1년 사망률은 최대 36%다. 골다공증 골절의 악영향은 사회경제적으로도 마찬가
작년부터 시작됐던 필수의료 위기와 지방의료 공백사태로 인해 정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지방) 전공의 5:5 배치를 올해부터 주장하고 있다. 2023년 현재 6:4 이상으로 수도권 전공의 정원(TO)가 많은 것이 현실이며 지방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데는 어느 정도 컨센서스를 이뤄가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너무 급박하게 강행한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대한의학회 산하 개별 전문학회가 전공의 TO를 정부에 제청하면 아주 약간의 조정 끝에 확정하는 게 관례였다. 올해 전문학회 절반 이상이 전공의 6:4 배치 의견을 냈지만 정부는 5:5 원칙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이 학대를 당하거나 죽임을 당한 뒤에야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정부는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 2,000여 명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기관에 출생통보 의무를 부과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도록 가족관계등록법도 개정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사실을 국가에 통보하는 제도다. 의료인이 진료기록부에 아이의 출생정보를 입력하면, 의료기관의 장이 14일 이내 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통보하고, 심평원은 이 정보를 지자체에 알린다. 그동안 산부인과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 상황을 반영하듯 사회 각계에서 ‘간병국가책임제’에 대한 요구와 목소리가 크고 높다.최근 간병 현장에서 잇따라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로 ‘간병살인’, ‘간병학대’라는 말이 등장하며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 역시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간병국가책임제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지금은 기억에서 지워졌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맞붙은 지난 대선에서도 간병문제 해결은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윤석열 후보는 ▲간병보험제도 제도화 및 표준
“의사들이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먹거리 찾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이 필수의료 공백과 응급의료전달체계 붕괴 원인을 ‘의사 탓’으로 돌리며 한 말이다. 그러면서 한의사 역할을 확대하면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재건할 수 있다”고 했다.31일 ‘한의사의 필수의료 참여와 한의약의 역할 확대 방안’을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한의협은 이 토론회를 주관했다. 한의계는 이날 토론회에서 의대 정원 확대보다 이미 배출된 의료인인 한의사를 활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홍 회장의 발언도 그런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인은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다. 의사 집단과 한의사 집단을 표현할 때 통상 의료계와 한의계로 구분해 사용한다.그런데 한의사들은 자신들을 한의계라고 하고 의사들을 의료계라고 하는 표현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한의사들을 대표하는 대한한의사협회는 굳이 의사 집단을 의료계가 아닌 '양의계'로 불러야 한다며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의사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사단체인 미래의료포럼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구분 짓자며 ‘현대의료계’와 ‘고전한방계’로 부르고 건강보험도 ‘현대의료보험’과 ‘고전
필자는 지난 1982년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대도시로 이동하는 ‘이촌 향도’ 현상에 따라 인구 대도시 쏠림 현상이 나타나던 시기였다. 당시 대구는 매일 새로운 집을 짓고, 도로를 닦고 학교를 만들었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한 교실에 70명씩, 그것도 모자라 2부제, 3부제 수업을 했다. 한쪽은 수업을 듣고 다른 곳엔 교실을 지었다. 도시 인구와 산업 과밀화로 주택 부족, 교통 체증, 환경 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하던 시절이다.더 과거로 시계를 돌려보자. 전쟁 후 허허벌판인 나라. 100년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