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회의록은 없지만 회의 내용 요약본은 있다. 하지만 요약본도, 위원 명단도 공개할 수 없다.’

논란이 된 의대 학생정원 배정위원회 운영 방식에 대한 교육부 입장이다. 배정위는 증원된 의대 정원 2,000명을 32개 대학에 배정했다.

대학별 정원 배정이 끝나고 뒤늦게 배정위에 충북도청 소속 공무원이 참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충북은 의대 정원이 가장 많이 증원된 지역으로 211명이 늘었다. 충북의대는 정원이 49명에서 200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결국 ‘깜깜이 배정’, ‘밀실야합’ 논란이 일었다. 그래도 교육부는 위원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그 이유를 교육부 오석환 차관은 “민감한 정책 과정에 선뜻 참여하기 어려웠던 위원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아예 “배정위 구성 당시부터 (명단과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배정위 회의를 세 차례 진행하면서 한 번도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각 대학에 나눠주는 부분은 첨예한 이해관계, 여러 논란이 많기에 민감도나 중요도가 높은 것이지 그 자체가 주요한 정책 결정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교육부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고 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주요 정책 결정이며 이를 대학별로 배분하는 과정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법적으로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증원된 의대 정원을 대학에 배정하는 일이 민감하고 중요하다는 걸 안다는 교육부는 추후 일어날 수 있는 공정성 시비는 생각지도 않은 듯하다. 교육부 말대로 주요 정책인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결정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회의록이 있다고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정부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의대 정원 증원과 배정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의사수급분과위원회 사례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이행 경험을 듣기 위해 지난 1월 일본 후생노동성을 방문해 장관까지 만났지만 이런 얘기는 듣지 못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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