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사회서 갖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인식 해결하는 게 숙명”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1호 법안으로 지역·필수의료 해결 방안을 담은 '필수의료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청년의사).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1호 법안으로 지역·필수의료 해결 방안을 담은 '필수의료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청년의사).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에서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김윤 의원이 본격적인 의정활동에 돌입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로 당선된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한 김 의원은 “훈수만 두던 역할에서 벗어나 선수로 뛰어 들게 됐다”며 의정활동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김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보건의료전문지 기자간담회에서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 해결책 모색과 지역·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 중인 1호 법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무엇보다 의·정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탈출구’를 만드는 게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아닌 새로운 구조의 공론화특위를 국회에서 구성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특히 지역·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1호 법안으로 ‘필수의료 패키지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 인력과 전공의 문제, 의료사고 관련 문제 등 복잡한 이슈들을 하나의 법 안에 담을 수 없어 필수의료 패키지 형태로 여러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

김 의원은 단순히 발의에 그치지 않고 통과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가며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아래는 김 의원과 기자단의 일문일답.

- 국회 입성 후 소감과 앞으로 의정활동 방향은.

훈수를 두다가 선수로 뛰는 상황이 됐다. 의료정책을 오랫동안 했다. 훈수를 두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크게 바뀔 시기에 놓여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하고 환자, 의료인 모두 행복한 의료체계를 만드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선수로 뛰어 들게 됐다.

100일 넘게 의료공백이 계속되고 있고 여전히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국회 안에 들어와서 동료 의원들의 뜻을 모으고 그걸 당론으로 만들어 여당과 협력하고 국회 밖에 있는 시민단체, 환자단체, 의사들을 비롯한 의료계 단체 의견을 수렴하고 모아 타협과 조정을 해야 하는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 하나씩 적응해 가고 있지만 굉장히 어깨가 무겁고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치르고 난 다음 기존에 비해 나아진 게 없다면 불행한 일이다. 이번 의·정 갈등, 의료공백을 전화위복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 의료공백 사태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번 사태를 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그 안타까움이라는 것은 예를 들어 만약 지난 1년간 2020년 이후 의대 정원 증원 또는 의료개혁 관련 논의를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와 밀실에서 하지 않았다면, 또 정부를 비판하는 전공의, 의대 교수들이 실제 의대 정원 증원과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또 정부가 2,000명이라는 숫자를 느닷없이 내놓고 내내 고집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반대로 의협도 대한민국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으니 늘릴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계속 고수하지 않고 합리적인 숫자를 놓고 정부와 협상하고 국민을 설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이다.

지금처럼 극심한 갈등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어떤 제도, 절차, 정책들을 만들어야 되는지에 대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현재는 국회가 나서서 갈등의 탈출구를 만드는 게 유일한 대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의사들이 원하는 목소리가 반영되는 구조는 정부의 의료개혁특위가 아닌 의사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로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공론화특위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 또 의료개혁 모든 사안들이 입법과 재정, 국회에서 논의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아무리 오랫동안 논의하고 좋은 안을 만든다 하더라도 국회에서 다시 논의되고 결정할 사안이다. 공론화특위 같은 논의 구조를 만들어 갈등의 출구를 만드는 게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 의·정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의 적절한 개입 시기는 언제라고 생각하나.

국회에서 공론화특위를 만들자는 제안에 대해 전공의, 의사, 의협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하는데 그런 제안을 하는 건 서로 어색한 일이 될 수 있다. 그 시기에 대해 의사 타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 판단이 남아 있지만 사실상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는 게 현실적인 예측이다. 그렇다면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확정된 것으로 봐야하니 의대 정원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과 갈등은 접고 본질적인 의료개혁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 1호 법안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지역·필수의료 문제가 1개 법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일종의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형태로 여러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내용이 방대하고 범위가 넓기 때문에 한 번에 모두 발의할 것인지, 전체 윤곽을 공개하고 단계적으로 발의할지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 또 법안 발의보다 그 법이 통과되는 게 중요하다. 특히 필수의료 관련 문제는 의료정책을 크게 ㅂ꿔야 하는 것이기도 해서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정부 의중도 확인해가며 추진해 가는 게 중요하다.

- 의료개혁 방향성이 정책에서 보이지 않는다. 어떤 방향성을 갖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서 안타까운 점은 절차적 측면 말고 내용적 측면에서 구체성이 부족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입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늘어난 의대 정원이 지역·필수의료를 해결하는데 연결되는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 건국의대 정원을 늘렸는데 그 정원이 서울병원으로 갈지, 충주병원에서 필수의료를 강화하는데 쓰일 것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의료취약지 좋은 병원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늘어난 의사들을 어떻게 가게 만들 것인지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다. 의대 증원과 지역의료 연결 연계가 불분명하다. 입체적 구조를 만들어야 명시적이고 개량적인 정책 목표가 설정될 수 있다. 손에 잡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

- 장기간 의·정 갈등에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앞으로 이들 병원들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지금의 갈등 상황이 잘 해결된다 하더라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공의 근무시간이 예전처럼 80시간 근무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대형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전공의 수련체계도 정부가 이미 작은 지역사회에 있는 병원들, 심지어 의원들 포함해서 교육 중심 수련과정으로 전환하겠다고 이야기했다. 80시간 근무하던 게 60시간으로 줄어들고 60시간의 30% 정도를 지역 병원이나 의원에서 근무한다고 생각하면 전체 전공의 수련병원 근무시간은 40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전공의 인력이 다 돌아와도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병원들은 이전처럼 무한경쟁 각자도생, 많은 박리다매 방식으로 진료하던 방식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각 의료기관이 전체 의료전달체계에서 본연의 역할을 정하고 본연의 기능에 맞는 환자를 진료하는데 집중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는 줄이고 현재 인력을 유지하면서 현재 간호등급이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인력기준을 훨씬 높여야 한다. 중증환자를 보는 병원들의 인력수준 올리고 더 높은 입원료를 보상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훨씬 더 정상적인 의료체계라고 생각한다. 이번 갈등을 계기로 대한민국 의료전달체계가 정상화 됐으면 좋겠다.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는 병원 진료기능에 맞는 환자들 진료할 수 있도록 그에 대한 적정한 보상, 가상이 연계되는 방식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 정책 추진 방향에서 걸림돌은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가.

전문가일 때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욕먹으면 됐지만 이 자리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되 욕을 먹으면 안 되는 자리다. 타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자리니 그 역할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의사사회가 내게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과 인식들을 해결해 나가는 게 숙명 아니겠나. 하나씩, 조금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진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의사들의 마음도 풀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의협이 정부와 6월 큰 싸움을 예고했다. 이번 갈등으로 인한 의협 총파업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총파업은) 안 했으면 좋겠다. 그게 대한민국 국민과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일지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 현재 상황에 대한 판단과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당장의 대응 보다는 긴 안목을 갖고 우리가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하고 의사들이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할까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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