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영 의원, '전공의 수련-노동 환경 개선 방안 토론회' 개최
송명제 조교수 "수련 환경 유지하며 복귀 요청? 사회적 폭력"
의대 정원 조정 가능성에는 "협상 계기" vs "효과 없다"
전공의 수련 개선 방안으로 네트워크 교육, 근무시간 단축 등 제안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한국소비자연맹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공의 수련-노동 환경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청년의사).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한국소비자연맹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공의 수련-노동 환경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청년의사).

의과대학 증원을 전면 재논의하는 것만으로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전공의들 사이에서 열악한 수련 환경에 대한 불만이 쌓여왔던 정원 재조정만으로 전공의의 마음을 돌리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한국소비자연맹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공의 수련-노동 환경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패널 토의에 참여한 국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송명제 조교수(제18·19대 대한전공의협의회장)는 전공의들이 그동안 열악한 수련 환경을 견디며 일했지만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등으로 사명감을 잃고 결국 병원을 떠나게 된 것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송 조교수는 “전공의들은 근무 환경에 불만이 많았지만 국민을 살린다는 사명감으로 근무해왔다”며 “그러나 갑자기 의대 증원이라는 큰 폭탄이 떨어진 것이다. 이에 더 이상 사명감으로 버틸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재논의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전공의들이 가진 근무 환경에 대한 불만은 의대 증원 문제를 되돌리더라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과도한 수련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돌아오라는 것은 사회적 폭력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송 조교수 지난 2016년 제정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특별법)’의 주 80시간 이내 근무 조항 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고 했다. 송 조교수는 당시 대전협 회장으로 재임하며 전공의특별법 제정을 이끌었다.

송 조교수는 “전공의특별법이 제정됐을 때 당연히 만족할 수 없었다. 당시 링컨의 노예해방선언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해방선언 이후 노예가 해방되기까지 100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전공의특별법 제정을 기점으로 개선의 폭이 증가할 것으로 생각해 이를 수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전공의 사회에서도 주 80시간을 근무하면 병원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며 “그러나 이제 그 시점이 온 것 같다. 사회적으로 전공의 근무 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18·19대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을 지냈던 국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송명제 조교수는 의대 정원 재논의만으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청년의사).
제18·19대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을 지냈던 국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송명제 조교수는 의대 정원 재논의만으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청년의사).

토론회에 앞서 의대 정원 증원분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향후 의대증원 사태의 향방에 대해 각기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는 한편 의료계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앞서 정부는 오후 2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한 후 3시에 한덕수 총리가 특별 브리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홍윤철 교수는 “기대하는 바대로 의대 증원 수가 조절된다면 드디어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숫자만 조정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공의 수련·노동 환경, 의료서비스 제도 개선 등 진정한 의료개혁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의대 의학과 오주환 교수는 “전공의들에겐 상황이 변화될 첫 번째 승리의 기점이 온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해 사회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 투쟁을 인정받아야 한다”며 “투쟁의 완급을 조절해 병원으로 돌아와 준법투쟁을 하면서 정부와의 협상을 이어가는 방법도 있다. 만약 변화가 없다면 그때는 사직보다 더 강경한 방식의 투쟁을 택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반면 송 조교수는 “증원 규모를 소규모 감원하는 것에 불과하다.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휴전 상태가 되려면 숫자 감원으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유예한 후 의대 정원과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방안을 협의하자고 의료계에 제안해야 한다. 숫자놀음만으로는 이 사태가 절대 끝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왼쪽부터)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홍윤철 교수, 서울의대 의학과 오주환 교수는 발제를 통해 전공의 수련-노동 환경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청년의사).
(왼쪽부터)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홍윤철 교수, 서울의대 의학과 오주환 교수는 발제를 통해 전공의 수련-노동 환경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청년의사).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공의의 수련과 노동 환경을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가 이어졌다.

먼저 홍윤철 교수는 전공의들이 지역사회 1·2차 의료기관을 경험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교육수련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된 전공의 수련을 지역사회와 1·2차 의료기관과 협력해 수행하는 방안이다.

홍 교수는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필수·지역의료 문제 해결이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현행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수련으로는 현재 사회가 요구하는 필수·지역의료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인턴제를 폐지해 통합 2년 전공의 과정을 설치하고 2년 동안 1·2차 병의원에 필요한 역량을 교육해 (가칭)‘일반전문의’를 양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2년 수련 이후에는 (가칭)‘단과전문의과정’을 추가로 수료해 추가로 세부 전공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 외 ▲중앙수련위원회와 지역코디네이션센터 설립 ▲2인 이상 지도전문의 코멘토링 ▲다학제 교육수련 모듈 운영 ▲다양한 교육수련 트랙 자율선택 등을 제안했다.

오주환 교수는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주 40시간에서 최대 52시간까지로 줄이고 국가가 전공의 수련 관련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을 위해선 상급종합병원 운영을 개선해 전공의를 전문의로 대체하고 상급종합병원과 1·2차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경증 환자 진료로 인한 상급종합병원 과밀화를 해소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전공의 수련 비용으로는 국고 지원금 약 1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구체적으로 ▲지도전문의 5,000여명의 교육시간 ▲전공의 1만여명의 수련시간 ▲권역별 수련 코디네이션과 인증평가위원회 운영 실비 등을 고려했을 때 이같은 추산이 나온다고 했다.

오 교수는 “사법연수원을 통한 변호사 양성체계를 보면 사법연수원 졸업 이후 판·검사가 아니라 변호사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수련 비용을 국가가 지불하고 있다”며 “의사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한다면 1조원은 아깝지 않은 사회적 투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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