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옥하다 씨, 사직 전공의 150명 인터뷰 결과 발표
전공들, 열악한 수련 환경 지적…"의사 악마화로 수련 포기" 의견도
복귀 조건으로 전공의 노조 설립, 막말 박민수 차관 경질 등 요구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를 역임했던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16일 서울 중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면·현장 인터뷰 결과를 공개했다(ⓒ청년의사).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를 역임했던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16일 서울 중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면·현장 인터뷰 결과를 공개했다(ⓒ청년의사).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열악한 수련 환경과 전공의·의료계에 대한 악마화를 지적했다. 병원 복귀 조건으로는 전공의 처우 개선과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 경질 등을 꼽았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를 역임했던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16일 서울 중구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면·현장 인터뷰 결과를 공개했다. 인터뷰는 지난 3월 13일부터 4월 12일 동안 진행됐으며 중복 응답 등을 제외한 20명의 결과를 추려 공개했다.

인터뷰 결과 전공의들은 전공의 수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의를 채용하지 않아 전공의 업무 부담이 증가한다는 지적이다.

응답자 중 바이탈과에서 전공의 2년차로 근무했던 A씨는 “대학병원이 3차 의료기관에 필요한 전문의를 양성하지만 정작 전문의를 채용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3년차 전공의로 근무하던 B씨는 “수련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과도하게 일하며 자신의 건강을 망친채 졸국하는 수련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응답자 중 전공의 수련을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응답한 이들은 그 이유로 의료 현장에 희망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컸다.

류옥 씨가 지난 2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전공의 1,58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34.0%(531명)가 수련을 진행할 의사가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전공의 수련 포기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전공의 수련 1년차 도중 사직한 C씨는 “정부, 언론, 여론 어디를 봐도 희망이 없다. 이 일이 마무리된다 해도 과연 의사에 대한 인식과 전공의 수련 환경이 좋아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고 말했다.

인턴 수련 중 사직한 D씨는 “이번 의료 개악과 같은 일이 다음 정권에서도 반복될 것이라 생각한다. 매 정권마다 의사를 악마화할 것이고 국민은 함께 돌을 던질 것이기에 전공의 수련을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바이탈과 전공의였던 E씨도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통과된다면 전문의가 되는 것의 의미가 전혀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과감히 전공의 수련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전공의들은 전공의 수련을 포기한 이유로 "한국 의료에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자료출처: 류옥하다 씨).
전공의들은 전공의 수련을 포기한 이유로 "한국 의료에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자료출처: 류옥하다 씨).

전공의들은 복귀를 위해 선행돼야 할 점으로 전공의에 대한 처우 개선을 꼽았다. 의료 소송에 대한 법적 보호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응답자 중 바이탈과 전공의였던 F씨는 “수련 과정에서 기소당하고 배상에 이르는 선배와 교수님들을 많이 봤다. 선의의 의료행위에 대한 면책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 수련 중 사직한 G씨는 “전공의 노동조합과 파업권이 보장돼야만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턴 중 사직한 H씨는 “전공의를 하지 않으면 현역으로 18개월, 전공의를 마치거나 중도 포기하면 38개월 동안 군의관을 가야 한다. 군 복무 기간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동료와 후배들도 전공의를 굳이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탈과 전공의 4년차였던 I씨는 “사과와 책임이 필요하다. 물론 현실·정치적으로 대통령 사과는 불가능하더라도 망언을 일삼은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에 대한 경질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류옥 씨는 인터뷰 결과에 대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정권마다 의료계와의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의약분업에 이어 의대 증원, 원격의료가 추진되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 이어 야당은 공공의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공의 사이에서 이런 일이 또 터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전공의 수련을 위해 1인 당 1억5,000만원 수준인 약 20조원을 투자한다. 반면 한국은 약 13억원으로 전공의 1인 당 1만200원에 불과하다”며 “또 선의의 의료행위를 했다고 실형이 내려지고 17억원을 배상하라고 한다. 판사들의 ‘정의로운 판결’이 내려질 때마다 필수의료 지망 전공의들이 훅훅 떨어지는 격”이라고 토로했다.

류옥하다 씨는 전공의들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고 말했따(ⓒ청년의사).
류옥하다 씨는 전공의들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고 말했따(ⓒ청년의사).

"정부 의대 증원 아닌 '수요 중심 의료 개혁'해야"

류옥 씨는 이날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이 반드시 지역·필수의료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도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구조적 개혁을 선행한 후 환자 중심으로 의료를 재편한 후 의대 증원에 대해 논해야 한다고 했다.

류옥 씨는 “필요한 의사 수 추계는 노령화 효과, 의사들의 늦춰진 은퇴 연령, 의료 기술의 발달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또한 의사 배치만으로 증원된 의사가 지역·필수의료에 종사할지, 질을 높일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신경외과 전문의 수는 인구 10만명 당 4.75명이다. 그럼에도 뇌혈관외과 기피 현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효과가 불투명한 의대 증원보다 당장 실행 가능한 ‘수요 중심 의료 개혁’을 대안으로 제시한다”며 ▲과다 의료 이용 절제 ▲의료전달체계 완성 ▲사법 위험 해결 ▲전문의 중심 병원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구조적 개혁이 선행되고 환자 중심으로 의료를 재편한다면 의대 증원은 논의 조차 필요 없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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