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기대 안 해…법원이 정부 변명해줘"
의대생들 "법원에 실망…교육 환경 나빠져"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법원 판결을 지켜본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그럴 줄 알았다"면서도 씁쓸함을 드러냈다. 기다렸다는 듯이 돌아오라는 정부와 사회에는 "그럴 일은 없다"고 답했다.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의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기각·각하 결정 소식을 들은 전공의 A씨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법원이 정부 손을 들어줄 거라고 예상은 했다. 생각보다 노골적으로 정부 편을 들어준 점은 놀랍다. 사법부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충남 지역에서 내과 전공의로 수련하다 사직했다.
전공의 B씨도 "기대를 안 하면 실망할 일도 없다. 애초에 기대를 안 했다"고 했다. 의대 증원은 필수·지역의료를 살릴 '필수적인 전제'라는 법원 판단에는 "사법부조차 정부의 무(無)논리를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인 꼴"이라면서 "증원해도 (필수·지역의료는) 못 살릴 수 있다는 가정조차 안 하는 듯하다"고 했다. B씨는 전북 지역에서 응급의학과 전공의로 일했다.
그만 돌아오라는 정부에 두 사람은 "안 돌아간다"고 잘라 말했다. B씨는 "법원이 판결하면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올 거라는 기대가 더 신기하다"고도 했다.
A씨는 "그나마 복귀를 생각하던 전공의들도 이번 판결로 '정떨어졌을' 것"이라면서 "나 역시 그중 하나"라고 했다.
서울 지역 대학병원을 사직한 전공의 C씨는 "(법원이 인용하면) 복귀하느냐로 의견을 나눠왔는데 (집행정지 기각으로) 길은 하나라는 게 분명해졌다"며 "절대다수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리라 본다"고 했다. C씨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였다.
C씨는 "정부와 의료계가 제출한 자료를 보고도 이런 결정이 나왔으니 더 할 말도 없다"면서 "법원이 꼭 '정부가 그래도 (의대 증원 근거 마련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느냐'고 대신 변명해주니 어이없을 따름"이라고 했다.
의대생들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의대를 휴학한 의대생 D씨는 "법원이 정부에 자료를 다 제출하라고 했을 때는 혹시 무언가 바뀌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정부에) 면죄부를 줬다"면서 "의대생들이 (휴학 철회로) 마음 바꾸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증원이 의대생에게 끼칠 손해를 인정하면서도 '공공 복리'를 앞세운 결정에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또 다른 수도권 의대 학생 E씨는 "지금 있는 학생부터 제대로 잘 가르칠 생각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교육 질 저하를 감수하고 전문가를 더 배출하자는 논리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북 지역 의대 휴학생 F씨 역시 "지금 대학에 다니는 학생도 앞으로 대학에 다닐 학생도 전혀 생각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이젠 다 함께 나빠질 일만 남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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