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현장 외면하고 전공의 매도할 뿐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입장 변함 없어
"전공의 자부심 갖고 일할 시스템 마련을"

서울대병원 박재일 전공의협의회장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젊은 의사 목소리를 듣고 의대 정원 증원 등 정책의 원점 재검토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회장은 발언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청년의사).
서울대병원 박재일 전공의협의회장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젊은 의사 목소리를 듣고 의대 정원 증원 등 정책의 원점 재검토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회장은 발언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청년의사).

"정부는 환자의 감사 인사를 품고 내일을 다짐하는 젊은 의사를 본 적 있는가."

돈만 밝히고 환자를 버렸다며 "공공의 적"이 된 사직 전공의가 정부에 던진 질문이다. 환자를 끝내 지키지 못해 "구석에서 눈물 흘리며 자책"하다가도 회복한 환자가 건넨 인사와 편지를 "평생 가슴에 품고 내일을 다짐하는" 젊은 의사를 "현장에 나와" 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현장을 돌아보지 않는 정부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일하던" 전공의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박재일 회장 이야기다. 박 회장은 30일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최한 긴급 심포지엄에 참석해 전공의 시선으로 이번 의료 사태를 다루며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사직 전 서울대병원 내과에서 수련했다.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를 꿈꿨다. 전공의 1년 차에 주치의로 맡은 첫 환자와의 기억 때문이다.

박 회장은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장기 입원 환자였다. (환자 회복을 위해) 인생에서 처음으로 간절하게 기도했다. (환자에게 미안해) 병상 커튼을 열지 못하기도 했다. 끝내 (주치의를 맡은 기간 안에) 환자를 퇴원시키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박 대표는 해당 발언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 회장은 "얼마 전 정말 우연히 암병원을 지나다 날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 환자였다. 완치해서 한 달에 한 번 외래 진료를 받는다고 했다. 그때 혈액종양내과에 지원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지금 정부는 이런 젊은 의사들의 "모든 정체성을 거부"하고 "공공의 적"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정부는 젊은 의료 전문가로서 전공의 전문성을 외면"하고 "피교육자로서 교육받을 권리를 무시"하고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자유"까지 박탈했다고 했다. "올바른 의료개혁 방향"을 고민했는데 "지나고 보니 공공의 적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백지화와 원점 재검토라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의사로서 "올바른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환자를 살리는 유일한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현장 목소리를 듣고 진정한 의료 개혁"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가 자부심과 긍지로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 모든 전공의가 소신껏 전공 과를 지원하는 환경을 마련해 달라. 의료 정책을 논할 때는 환자밖에 모르는 의사처럼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나와 달라.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무너진 정부와 의사의 신뢰를 다시 쌓아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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