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안 밝힌 필수의료 패키지…장밋빛 환상만"
"정치적 이유로 증원 정책 저지르고 철회조차 못해"
'의사 때리기' 집중한 정부…"사회 신뢰 자본 무너져"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가 주최한 긴급 심포지엄에서 윤석열 정부 비판이 쏟아졌다(ⓒ청년의사).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가 주최한 긴급 심포지엄에서 윤석열 정부 비판이 쏟아졌다(ⓒ청년의사).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에 반대해 사직까지 불사한 교수들이 윤석열 정부를 작심 비판했다. 정치적 이유로 부실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료계는 물론 사회 전체 신뢰까지 무너뜨렸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진료를 중단한 30일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긴급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사직을 앞둔 교수들이 대거 참석했다(관련 기사: 서울대병원 필수의료 교수들부터 떠난다…30일 진료 전면 중단). 사직한 전공의들도 현장을 찾았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다룬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는 정부 정책에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 의료 정책인 '문재인 케어'와 비교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 당시 문케어를 많이 비판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문 정부는 윤 정부보다) 상대적으로 정직했다. 문케어는 재원 마련 부분에서 건강보험료 3% 내외 인상을 발표했다"며 "반면 (윤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수가 등을) 올려주겠다면서 건강보험료를 얼마나 올릴지 언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정책적 의지 없이는 필수의료 지원은 100%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로 끝난다"며 "바로 이 부분에서 (정부가 내세운) 여러 공정 보상 체계에 정책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패키지를 추진하면서 "어렵고 위험하고 힘든 필수의료에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고 의료진을 사회적으로 존중하겠다"고 하지만 "'쌀밥에 고깃국'이라는 북한의 구호를 듣는 것 같다. 장밋빛 환상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현재 의료 사태 배경을 다룬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최기영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표를 많이 얻겠다는 정치적 판단으로 뒷감당도 못 하고 '플랜 B(대안)'도 없이 (의대 정원 증원을) 저질렀다.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명백해졌고 지지율이 떨어졌다. 그럼 (의대 증원을) 철회하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멘탈(정신력)이 약해 혹시 철회했다가 본인이 어떻게 될까 봐 철회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정책을 철회할 용기도 없어서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지 못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두고 있는 게 우리가 겪는 비극"이라고 했다.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팽진철 교수는 이번 사태로 "그나마 유지되던 우리 사회의 신뢰 자본도 철저히 파괴됐다"고 했다.

정부는 의료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사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때려잡을지'에서 정책을 시작했다"며서 "이해당사자가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정부는) 이해당사자를 설득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만 한다"고 지적했다.

팽 교수는 "이번 사태 자체도 걱정이지만 앞으로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가 어떻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비단 의료 분야만 문제가 아니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갈등 조절 기재 부재로 인한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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