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비닥터, 의대생 859명 대상 필수의료 정책 전후 의식 설문조사
바이탈과 고려 의대생 83.9%→19.4%…일반의 선호 0.8%→21%
해외 수련 희망도 42% "한국에선 안정적으로 의료 못해"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 의료정책을 발표한 후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과 지원을 고려하는 의대생 수가 오히려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대생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투비닥터(To Be Doctor)’는 1일 전국 의대생을 대상을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과 의대생의 진로 선택’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3월 20일부터 25일까지 시행됐으며 의대생 859명이 참여했다.

정부의 의료 정책 발표 전후로 의대생들이 희망하는 전공의 순위가 바뀌었다(자료제공: 투비닥터).
정부의 의료 정책 발표 전후로 의대생들이 희망하는 전공의 순위가 바뀌었다(자료제공: 투비닥터).

투비닥터에 따르면 정부의 의료정책 발표 전후로 의대생들의 희망 전공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의대생 중 83.9%는 정책 발표 이전에 바이탈과를 진지하게 고려했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발표 후 바이탈과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은 19.4%에 그쳤으며, 정책 발표 전 25.6%였던 내·외과 지원 희망자는 정책 발표 후 4.5%로 줄었다.

또한 전공의 수련을 하지 않는 일반의(GP)에 대한 선호도는 정책 발표 전 0.8%에서 발표 후 21.2%로 대폭 늘었다. ‘전공과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의대생의 수도 16.2%에서 37.4%로 두 배로 증가했다.

희망하는 전공과가 바뀐 이유에 대해 응답자 중 29.3%는 해당 과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예측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반대’(24.7%)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 존중 부재’(20.9%) ▲‘소송에 대한 걱정’(11.5%) ▲‘근본적 원인 해결에 대한 정부 의지 부재’(4.0%)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의대생 A씨는 주관식 답변을 통해 “수련의 양이 많지만 보상이 적절하지 않고 희생정신과 사명감만으로 일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의대생의 전공의 수련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응답자의 91.4%가 정부 정책 발표 전에는 전공의 수련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책 발표 이후에는 그 비율이 32.4%으로 줄었다.

해외에서 수련을 받고 싶다는 의대생의 응답도 정책 발표 전후로 크게 변화됐다(자료제공: 투비닥터).
해외에서 수련을 받고 싶다는 의대생의 응답도 정책 발표 전후로 크게 변화됐다(자료제공: 투비닥터).

해외에서 수련 받고자 하는 의대생들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발표 이전에 해외 진출을 고려했다는 응답은 1.9%에 불과했지만 발표 이후 41.3%로 늘었다. 의대생들이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국가는 미국이 67.1%로 가장 많았고, 일본 24.7%, 유럽 3.0%, 기타 5.2% 순이었다.

의대생들은 해외 진출을 고려하게 된 이유로는 '한국의 의료 환경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했다는 응답이 79.0%로 가장 많았으며, 그 외 '해외에서 의사가 된다면 (한국보다) 더 나은 처우를 받을 수 있다 기대'가 13.1%, '적절한 보상'이 4.1% 등이 뒤를 이었다.

의대생 B씨는 “국내에서 의료를 행할 때 지금 사태처럼 ‘의료 개혁’이 정치의 수단으로 쓰이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적으로 의료를 해나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외 “해외에서는 바이탈과에 대한 인식이 좋으며 그에 대한 보상도 잘 이뤄지고 좋은 환경에서 수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다수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투비닥터 측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시행으로 오히려 의대생 내부에 반작용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당장 올해부터 의대생들이 일반의, 해외 진출 등 제3의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당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에 따른 의대생 진료과에 대한 인식 변화 연구'를 진행 중인 인천성모병원 외과 이준서 교수는 “의대생의 진로에 대한 인식은 앞으로 의료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라며 “정부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오는 5월 23일 열리는 한국의학교육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투비닥터는 전국 18개 의대 소속 의대생과 전공의 4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매거진과 유튜브 콘텐츠를 포함해 ‘진로 세미나’, ‘제10회 젊은의사포럼’ 등 의대생을 위한 행사를 진행했으며 현재 인스타그램 등에 현 사태와 관련한 카드뉴스, 의료계 인사와의 인터뷰 등을 게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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